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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istic Criticism to Explore the “Since then”

Min Jo Kim 1

1서울대학교

Irregular Papers

ABSTRACT

『‘이후’의 연극, 달라진 세계』는 연극비평가 양근애가 세월호 이후의 시간을 통과하며 축적해온 아키비즘(archivism)적 비평들을 묶어서 펴낸 평론집이다. 세월호 참사는 탈정치·탈이데올로기의 흐름에 경사되어가던 한국연극의 경로를 바꿔놓은 사건이었고, 이로 인해 정치적 액티비즘이 연극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연극비평계 또한 기록 행위를 통해 액티비즘에 동참하는 아키비즘적 실천을 통해 연극인들과 동행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실천의 산물로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검열 사태, 그리고 2018년 연극계 미투 운동 이후의 연극들을 ‘이후’의 연극이라는 개념으로 범주화하여 함께 살펴보고 있는 저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저자는 post가 아닌 since then으로서의 ‘이후’ 개념에 기반하여 벗어날 수 없는 사건을 맞이한 이후 연극/공동체가 어떻게 재구성되어 왔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1부에서 저자는 세월호 참사가 일상, 기억, 가족 등의 낯익은 개념들을 재구성했으며, 나아가 극장이라는 공간, 연기라는 행위, 그리고 배우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을 야기했다고 본다. 일상은 원자화된 개인이 고립되어 살아가는 시공간의 역(域)을 가리키는 단어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의 참사를 말하고, 의식하고, 아파하는 성찰적 노동이 벌어지는 시공간으로 재의미화되었다. 기억은 세월호 사건을 현재에 기입시키고 그로 인해 재구성된 세계를 어떻게 미래로 가져갈 것인가의 문제를 품고 있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가족은 상실을 함께 애도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사회적인 공동체로서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아울러 세월호 엄마―배우들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공연 활동은 연극인들로 하여금 ‘연기―함’와 ‘배우―됨’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한편 ‘이후’의 연극은 정치, 경제, 사회 등 국가 체제에 전반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 가져온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 연극들을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2부에서 저자는 국가 체제의 기능부전과 불법적인 억압, 그리고 여기에 대항하는 시민사회의 행동이라는 구도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파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검열 사태를 ‘이후’의 자장 속에 포함시키면서 국가권력과 검열에 대항한 연극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검열과 억압의 본질에 대한 사유가 타자적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구성적 외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연결점을 포착하고 있는데, 이는 미투 운동 이후의 페미니즘 연극을 다룬 3부와 조응하고 있다. 3부에서 저자는 불평등한 젠더 규범 및 미시적이고 일상적인 억압의 기제들과 투쟁을 벌여온 페미니즘 연극들을 소개하면서 윤리적 공동체를 재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한다. 미투 운동 이후의 연극은 개별적인 존재들 간의 ‘다름’과 ‘모름’, ‘두려움’을 보호해야 할 가치로 삼는 연극이자, 존중의 거리 속에서 진정한 관계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 연극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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