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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협력과 통합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적으로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국내에서는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여 이용자에게 다양한 정보자원을 제공하는 통합형 수집기관으로서 라키비움(Lachiveum)에 관한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다. 최근에는 국립원자력연구원에서 구축한 원자력 라키비움을 통해 전문도서관을 중심으로 라키비움의 개념적 논의에서 실무에 적용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오정훈, 이응봉 2014).

해외에서는 세 기관의 협력 또는 통합을 의미하는 약어로 LAM 또는 MLA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OCLC의 지원을 받아 세 기관의 협력을 논의한 연구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 연구에서는 로컬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동일한 모기관 내에서의 협력, 그룹 수준에서 기관의 경계를 넘어 다른 조직에 속한 문화유산기관과의 협력, 그리고 글로벌수준에서 타 국가에 존재하는 문화유산기관과의 협력 등 세 가지 수준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였다(Waibel 2010). 또한 협력연속체(collaboration continuum) 모형을 통해 협력의 깊이에 따른 단계별 협력 방안을 제안하기도 하였다(Zorich 외 2008). 영국에서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운영된 박물관⋅도서관⋅기록관 협의회(MLA Council)를 중심으로 사회 통합에 기여하는 문화유산기관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이들 세 기관의 접근성 강화와 서비스 개선을 위한 전략과 정책 개발에 주력해왔다(최재희 2008). 근래에는 호주를 중심으로 미술관(galleries)까지 포함하여 통합을 논의하는 GLAM(Galleries, Libraries, Archives, and Museums)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문화유산기관의 협력과 통합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 속에서 Ketelaar(2013)는 GLAM 통합을 논의하는데 있어 각 기관이 가진 소장물이 무엇이며 기관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에만 중점을 둘 뿐 실무자들이 인식하는 전문직 가치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음을 지적하였다. 그는 문화유산기관의 실무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실무자들의 사고방식 기저에 있는 전문직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가치를 파악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Ketelaar는 전문직 윤리강령을 분석하는 것을 제안하였으며 이를 통해 각 분야별로 강조되는 가치에 있어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사서, 아키비스트, 큐레이터가 서로 다른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위에서 제시된 Ketelaar(2013)의 주장에 근거하여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윤리강령에서 나타나는 전문직 가치에 있어 공통점과 차이점을 조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영어권 국가인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의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분야 전문직협회 윤리강령 12개를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분석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기존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각 분야에서 제시된 전문직 가치에서 공통된 요소를 추출한 후 이를 최초 분석기준으로 선정하였다. 이후 윤리강령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개념이 등장할 경우 이를 분석기준에 추가하였고 윤리강령에 나타나지 않는 개념은 기준에서 제외하였다. 이와 같은 수정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13개 요소를 분석기준으로 사용하였다.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세분야의 공통된 전문직 가치와 고유한 가치를 파악하여 협력에 참고할 사항으로 제안하였다는데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2.1 도서관

문헌정보학 분야에서는 윤리강령을 통해 전문직 가치(professional value)를 정의하여 실무자들의 업무를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왔다(Winston 2007). Koehler(2003)에 따르면 윤리는 도덕적 원칙이 현실에 적용됨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며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그 상황에 적합한 윤리 역시 변화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가치는 도덕적 원칙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특정한 행동양식 또는 존재양태(end-state of existence)가 반대되는 행동양식 또는 존재양태보다 개인적 혹은 사회적으로 더 낫다는 확신”(Rokeach 1973, 5)을 의미한다. 또한 가치체계(value system)는 상대적 중요성에 따라 선호되는 행동양식 또는 존재양태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한 것이다. 따라서 전문직 가치 역시 하나의 전문직 집단내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행동양식 또는 존재양태를 정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윤리와 가치의 관계를 살펴볼 때 “윤리는 가치의 적용(the application of value is ethics)”(Koehler 2003)이라고 볼 수 있다. 가치의 적용을 통해 현재의 업무 수행에 대한 평가 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태가 목표에 얼마나 가까이 도달해 있는 것인지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가치에 의해 표현되는 이상적인 업무 수준과 현재의 업무 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적용의 유용성이 존재한다(Gorman 2000, 7).

문헌정보학 분야에서 전문직 가치는 연구자들에 의해 문헌에서 정의되거나 전문직 협회의 윤리강령에서 나타나기도 하며, 해당 전문직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의 인식조사를 통해 제시되어 왔다. 이러한 전문직 가치를 논의한 대표적인 연구로 우선 Gorman(2000)이 제시한 ‘영속적인 가치(enduring value)’에 포함되는 8가지 가치가 있다. 여기에는 (1) 개인정보 보호(privacy); (2) 서비스(service); (3) 이성주의(rationalism); (4) 지적 자유(intellectual freedom); (5) 보관(stewardship); (6) 접근의 공평성(equity of access); (7) 민주주의(democracy); (8) 리터러시 및 학습(literacy and learning)이 포함된다.

Foster와 McMenemy(2012)는 이러한 8개의 가치를 기준으로 36개 국가의 도서관협회에서 제공하는 윤리강령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대다수 국가의 윤리강령에서 공통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가치는 ‘서비스’, ‘개인정보 보호’, ‘접근의 공평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관’과 ‘지적 자유’는 다수 국가의 윤리강령에서 포함하고 있어 어느 정도는 공통된 가치로 간주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성주의’, ‘민주주의’와 ‘리터러시 및 학습’의 경우 이를 반영하지 않은 윤리강령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나 국제적으로 공통된 가치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리터러시와 학습’은 대부분의 윤리강령에서 반영되지 않았으며 서양에서 발달된 민주주의 가치는 그 이외의 국가에서는 크게 강조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국가별로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적, 지리적, 정치적요인이 전문직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함을 제안하였다.

Shachaf(2005) 역시 28개국의 도서관 협회 윤리강령에 대한 내용 분석을 실시하여 국제적인 관점에서 사서직이 가지는 공통된 가치를 분석하였다. 그러나 내용분석의 기준이 되는 코딩체계를 개발하는데 있어 Gorman(2000)의 8가지 가치 이외에도 기존 문헌에서 제시된 사서의 전문직 가치 분류체계를 참고하였다.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Mason(1986)이 제시한 개인정보보호(privacy), 정확성(accuracy), 지적 재산권(property), 접근성(accessibility)이 있다. 또한 Rubin과 Froehlich(1996)이 제시한 9가지 영역의 윤리적 측면으로 (1) 검열(censorship); (2) 개인정보 보호(privacy); (3) 정보서비스(reference); (4)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 (5) 행정(administration); (6) 접근(access); (7) 기술(technology); (8) 충실함(loyalties); (9) 사회적 이슈(social issues)의 9가지 영역을 사서직의 윤리적 관심사로 제시하였다. 이 밖에도 Koehler와 Pemberton(2000)은 6가지 윤리적 측면으로 (1) 이용자 권리(the rights and privileges of patrons); (2) 선정(selection); (3) 접근(access); (4) 전문직 실무와 관계(professional practices and relationships); (5) 고용주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ies to employees); (6) 사회적, 법적 책임(social and legal responsibilities)을 제안하였다.

Shachaf는 선행연구를 기반으로 초기 코딩체계를 개발한 후 실제 윤리강령 내용을 살펴보면서 추가적인 코드를 포함하여 확장된 최종 코딩체계를 제시하였다. 이는 모두 20개의 카테고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1) 공정성(integrity); (2) 정확성(accuracy); (3) 무상으로 공평하게 제공되는 정보 접근(free and equal access to information); (4) 관심사 및 개인적 이익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 and personal gain); (5) 지적 자유(intellectual freedom); (6) 고도의 서비스(high level of service); (7) 도서관간 협력(cooperation among libraries); (8) 장서 개발(collection development); (9) 검열(censorship); (10) 비밀유지와 개인정보 보호(confidentiality and privacy); (11) 역량(competency); (12) 저작권과 지적재산권(copyright and intellectual property); (13) 이용자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ies toward the user); (14) 전문직으로서의 책임(responsibilities toward the profession); (15) 타 전문직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ies toward other professions); (16) 동료들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ies toward colleagues); (17) 고용기관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ies toward employing library or organization); (18) 전문성 개발(professional development); (19) 사회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ies toward society); (20) 행정적 책임(administrative responsibilities)을 포함한다.

이러한 코딩체계를 중심으로 28개국의 도서관 협회 윤리강령을 분석한 결과 ‘전문성 개발’, ‘공정성’, ‘비밀보호와 개인정보 보호’, ‘무상으로 공평하게 제공되는 정보 접근’이 가장 빈번하게 제시되는 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윤리강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가치에 있어서 Foster와 McMenemy(2012)의 연구에서 나타난 공통된 가치와 비교해 보면 ‘개인정보 보호’와 ‘접근의 공평성’이 두 연구 모두에서 드러나는 공통된 가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Shachaf(2005)의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기존 선행연구에서 제시되었던 ‘저작권과 지적재산권’,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제시하는 윤리강령이 전체의 절반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Foster와 McMenemy(2012)의 연구에서도 ‘이성주의’, ‘민주주의’, ‘리터러시와 학습’은 공통적인 가치는 아닌 것으로 나타나, 도서관 협회 윤리강령에서 ‘민주주의’ 또는 ‘사회에 대한 책임’과 같은 가치는 국제적으로 수용되고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사서직 윤리규정에 대한 연구로 김혜경과 남태우(2004)는 미국, 영국, 일본, 한국의 윤리규정의 내용을 조사하여 한국의 사서직 윤리규정의 개정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 조사대상 윤리규정에서 중복적으로 나타난 요소는 핵심요소로 분류하였고 단일국가 윤리강령에서만 제시된 요소는 보조요소로 분류하였다. 그 결과 핵심요소로서는 (1) 평등한 접근; (2) 자료검열거부; (3) 지적자유 보상방안 및 정책; (4) 평등한 서비스 제공; (5) 이용자의 사생활 보호; (6) 사서의 중립성; (7) 개인적 이익 배제; (8) 전문지식의 계속적 발전 및 노력; (9) 전문직 위상 유지; (10) 전문직 임무와 기관에 대한 갈등; (11) 동료 및 다른 업자와의 관계; (12) 권리와 복지를 위한 고용조건 확보; (13) 도서관 간의 상호협력; (14) 문화창조에의 공헌을 제시하였다. 보조 요소로는 (1) 저작권의 인정 및 존중; (2) 조직의 인사문제; (3) 도서관의 경영과 정책의 참여; (4) 전문직 단체 및 조직활동 참여를 들었다.

이상과 같이 문헌정보학 분야에서는 이론적 논의와 윤리강령 분석을 통해 전문직 가치를 도출한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또한 국제적인 관점에서 도서관 전문직들이 공통적으로 수용하는 가치를 조사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2.2 기록관

기록관리학 분야에서는 전문직 윤리와 관련해서 주로 아키비스트와 기록관리자의 공적인 책임성을 중심으로 윤리강령이 제공하는 실제적인 가치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 왔다(Cox 2008). 특히 기록관이 사회적으로 공적 신뢰(public trust)를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윤리강령의 역할을 강조하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Dingwall(2004)에 따르면 전문가와 고객 간의 관계(professional-client relationship)는 전문직 업무의 근간이 되며 윤리강령을 통해 전문가와 고객 간 신뢰가 강화된다고 보았다. 즉, 전문가는 고객이 가지고 있지 않은 지식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고객은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권위를 인정하게 된다. 또한 고객은 전문가에게 충분한 자율성(autonomy)을 부여하여 설령 전문가가 제시한 서비스가 고객이 애초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더라도 이를 수용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신뢰를 생성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문직의 윤리적 기반을 윤리강령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 전문직과는 달리 아키비스트는 기본적으로 두 집단의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데 하나는 기록물 생산자이고 다른 하나는 기록물 이용자이다. 윤리강령에는 이 두 집단의 고객과 균형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용기관과 아키비스트와의 관계 역시 근본적으로 권력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관계이지만 이들 간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내용을 윤리강령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명시함으로써 전문직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으나 사실상 이는 2차적인 목적이 되어야 하며, 보다 궁극적인 목적은 아키비스트가 고도의 전문성을 통해 공익에 기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임을 인정받는데 있다(Dingwall 2004).

이와 유사한 주장으로 Cook(2006)은 기록관의 실무에 있어 고용기관, 기록물 생산자, 기록물 이용자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기록물에 포함된 개인정보와 관련된 살아있는 개인(data subject)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윤리적 결정을 내리는데 근간이 되는 지침으로서 윤리강령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Cook은 영국박물관협회(UK Museums Association)의 윤리강령 개발 사례를 예로 들면서 기록관만큼이나 박물관 분야에도 다양한 특징을 가진 기관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의 실무를 포괄할 수 있는 윤리강령을 개발한 것에 주목하였다. 또한 영국박물관협회 윤리강령이 실무 지침의 역할을 할 수 있게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제시하면서 기록관리 분야에서도 이를 참고할 것을 제안하였다.

기록관리 협회 윤리강령의 내용을 조사한 연구로 Dingwall(2004)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및 ICA(International Council on Archives)의 윤리강령의 내용을 조사하였고 이를 통해 윤리강령이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여 기록관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바람직한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 제시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또한 윤리강령은 기록관과 아키비스트에 대한 공적 신뢰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제시되어야 하며 일관성 있고 현실에 맞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윤리강령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아키비스트가 윤리적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윤리강령이 출발점이 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Neazor(2008)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랑스, ICA의 아키비스트 윤리강령과 함께 미국기록관리자협회(ARMA; Association of Records Managers and Administrators)의 윤리강령과 캐나다 퀘벡 주 아키비스트 협회의 윤리강령의 내용을 분석하였다. 이렇게 분석대상을 선정한 이유는 영어권 국가와 불어권 국가 및 지역을 비교하기 위함인데 영어권 국가의 윤리강령은 전문직의 업무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비해 불어권 국가 또는 지역의 윤리강령은 그러한 업무의 배경이 되는 원칙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또한 불어권 국가 및 지역의 윤리강령과 ARMA 윤리강령은 보존기록을 다루는 아키비스트와 준현용기록을 다루는 기록관리자를 포괄하는 기록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나머지 윤리강령은 보존기록을 다루는 아키비스트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존재하였다.

이들 윤리강령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된 내용으로는 (1) 인권 혹은 국민의 권리와 관련된 윤리적 측면; (2) 인종, 성별 등으로 차별하지 않는 태도; (3) 기록관 실무와 관련된 윤리적 측면; (4) 같은 분야 전문가 간 적극적인 소통; (5) 타분야 전문가와의 적극적인 소통; (6) 개인정보보호; (7) 관련법률 준수; (8)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지식이나 지위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있었다.

Houston(2013)은 기록관과 아키비스트가 공적 신뢰를 획득하여 신뢰받는 전문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의 도덕적 입지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아키비스트가 가지는 공적 신뢰의 네 가지 요소를 제안하였다. 첫째, 비밀유지(confidentiality)로서 접근제한을 가지는 기록물과 이용자와의 정보서비스 면담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한 철저한 비밀유지를 통해 공적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 둘째, 개인의 이익과 전문직을 수행함으로서 발생하는 공익을 분리(dissociation)하는 것으로 개인의 권력이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고객과 고용기관,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셋째, 진실성(veracity)으로 이는 기록관에서 제공하는 기록물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의미한다. 넷째, 기록물을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피하는 것(avoid the irreversible)으로 기록물의 보존과 공개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신은영(2006)이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및 ICA(Institutional Council on Archives)의 윤리강령을 비교하여 윤리규정의 요소를 기록정보관리, 기록정보서비스, 전문직 실천 및 조직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제안하였다. 기록정보관리에 포함되는 요소로는 (1) 이관/수집; (2) 평가; (3) 선별/처분; (4) 정리; (5) 보존/보호; (6) 기록관리 기준준수가 있다. 기록정보서비스의 요소는 (1) 접근/이용; (2) 프라이버시 존중을 포함한다. 전문직 실천 및 조직의 윤리규정 요소로는 (1) 부당한 이익 금지; (2) 법률 준수; (3) 전문직 임무; (4) 전문성 추구를 들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미국 아키비스트 협회(Society of American Archivists)에서는 윤리강령에 대한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진행하였고 이를 통해 2011년 “핵심 가치이념과 윤리강령(Core value statements and code of ethics)”를 공표하였다. 여기에서 제시된 핵심 가치에는 (1) 접근과 이용(access and use); (2) 설명책임성(accountability); (3) 지원(advocacy); (4) 다양성(diversity); (5) 역사와 기억(history and memory); (6) 보존(preservation); (7) 전문성(professionalism); (8) 보관에 대한 책임(responsible custody); (9) 선별(selection); (10) 서비스(service); (11)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ies)이 포함된다.

Jimerson(2013)은 이러한 핵심 가치이념과 윤리강령의 제정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를 통해 아키비스트가 궁극적으로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야함을 강조하였다. ‘설명책임성’의 가치이념을 통해 공공 지도자(public leader)들이 역사에 대한 판단과 미래세대 및 현재의 국민들에게 설명책임성을 가져야 하며, ‘지원’의 가치이념에 기반을 두어 아키비스트는 기록관리 관련 공공정책을 지원하고 이러한 정책이 공익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다양성’의 가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아키비스트는 광범위한 개인, 사회경제적 단체, 정부, 기업의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존해야 하며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기록물을 수집, 관리해야 한다. ‘선별’의 가치이념을 통해 아키비스트는 과거에 대한 도큐멘테이션을 형성하고 해석하는 주체로서의 책임을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이는 곧 아키비스트의 ‘사회적 책임’과도 연결된다.

2.3 박물관

박물관은 유물을 수집하고 관리하며 해석(interpretation)하는 등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커뮤니케이션과 교육을 통해 소장물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논의할 수 있다.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은 1991년 영국박물관협회에서 제시한 박물관 헌장(Museum Charter)에서도 명시되어 있는데 사회의 전 구성원들에게 접근 가능하고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박물관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사회구성원의 교육과 정보화에 기여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8가지 요소로서 (1) 공적 권리로서의 박물관 접근(public right to museum); (2) 교육에 대한 평등한 기회 제공(education); (3) 문화유산 보호(protection of the heritage); (4) 소장물 관리에 대한 책임 명시(safeguarding the collections); (5) 표준과 정책에 입각한 소장물 관리(caring for the collections); (6) 한정된 자원을 바탕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자율성(autonomy); (7) 자원(resource); (8) 전문직 훈련 및 교육(training)을 제시하였다(Kavanagh 1994, 17-18).

박물관 분야에서도 윤리강령의 필요성으로 실무자들이 전문직으로서 가져야 할 올바른 행동에 대한 태도를 지지하고 윤리적 생각과 행동을 이끌어내는 사고 과정(thought process)을 강화한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Edson 1997). 윤리강령은 박물관 실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문직으로서의 자율성과 자기규제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실무 수행에 있어 지침의 역할을 하며 해당 전문직뿐만 아니라 관련되는 고객 및 커뮤니티 전반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윤리강령은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속에서 박물관 전문직의 역할과 책임을 명시한 공개 성명서(public statement)이기도 하다. 이러한 윤리강령은 실무자들이 이를 이해하고 적용함으로써 의미를 가진다. 또한 정기적인 세미나 혹은 워크숍을 통해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 대한 의견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Stark 2011).

박물관의 윤리강령과 관련해서 국내에서는 이난영(2003)이 국제박물관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Museums)인 ICOM 윤리강령을 소개하였다. 윤리강령에서 사용하는 전문직의 개념을 국내의 현황에 대입하면서 학예연구직(curatorial staff)이 박물관의 핵심적인 전문 인력이지만 그 외에도 교육담당관(educator), 소장자료 관리담당관(registrar; keeper of collections), 보존과학자(conservator), 보존수리 기술자(restorer), 박물관 전시담당 디자이너(museum designer), 컴퓨터 전문가 및 정보담당관, 박물관 행정담당관 등 다양한 인력이 박물관 전문직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또한 ICOM 윤리강령에 제시된 전문직의 윤리적 의무, 수집정책, 소장물에 대한 개인적 책임, 전시와 연구 활동에 대한 내용을 논의하였다.

Bounia(2014)는 박물관 윤리강령과 박물관 연구(museum research)의 관계성을 논의하였는데 박물관 연구는 박물관의 소장물과 박물관에서 수행하는 활동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창조하며 발전시키는 지적인 활동과 업무를 의미한다. 이러한 연구 활동의 4가지 유형으로는 (1) 소장물에 관한 연구로 소장물의 내용과 관련된 학문분야에 집중된 연구; (2) 물리학, 화학,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 등 박물관 실무에 필요한 도구 개발을 위한 연구; (3) 기관으로서의 박물관에 대한 이론적, 철학적 연구; (4) 소위 박물관학(museology)이라고 불리는 분야로서 박물관 관람객에 대한 분석이나 평가 등을 통한 연구를 들 수 있다.

Bounia는 ICOM, 미국박물관협회(American Alliance of Museum, AMM)와 호주박물관협회(Museums Australia)의 윤리강령에 나타난 연구와 관련된 조항들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이 조항들이 현재 박물관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편적인 현상이나 유물 혹은 소장물에만 중점을 두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특히 박물관 연구의 핵심이 되는 개념인 사회통합(social inclusion), 공공에 대한 설명책임성(public accountability), 투명성이 윤리강령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박물관이 민주적 이상을 상징하는 기관으로서 관련된 연구와 역사서술을 공유하면서 박물관 커뮤니티의 지식을 창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공표할 것을 제안하였다.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박물관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박물관의 소장물은 모두에게 속한 것이고 사회의 신뢰에 바탕을 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물관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야 하며 이는 다양한 사회적 계층이 박물관 소장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함을 의미한다(Lin 2011). 또한 Besterman(2011)은 설명책임성과 투명성을 실현하여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박물관의 역할을 논의하였으며 문화적 혜택을 사회적으로 골고루 배분하는 문화적 형평성(cultural equity)이 박물관이 제공해야 하는 가치임을 제안하였다.

이와 더불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박물관과 연관된 윤리적 문제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여러 가지 논의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에는 물질성(material)과 비물질성(immaterial)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박물관이 유물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혹은 아이디어나 관계에 중점을 둘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존재한다. 또한 IT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매체가 계속적으로 수용되면서 유물의 무결성에 대한 기존 관념이 변화하고 있고, 박물관이 가지고 있던 권위 역시 분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시 기획에 있어서는 참여적 특성이 강조되면서 박물관이 공연예술의 장으로 재정의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류학 박물관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유물의 본국 송환(repatriation) 논쟁을 통해 유물의 의미는 그 물성(physicality)보다는 유물을 둘러싼 관계와 가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과학박물관과 같이 체험이 강조되는 박물관은 커뮤니티 참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논의는 박물관의 유물과 장소가 가지는 물질성이 비물질성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적인 의미와 실제, 그리고 이와 관련된 개인 및 커뮤니티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Marstine 외 2011). 이와 같이 박물관에서의 윤리에 대한 논의는 도서관이나 기록관과 비교하여 각국의 윤리강령을 분석하는 연구는 소수에 불과하며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이론적 논의가 다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분야에서는 공통적으로 전문직 가치와 윤리강령의 역할 및 새로운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 세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논의되는 윤리적 측면을 도출하기 위해 도서관 분야에서는 Gorman(2000)이 제시한 영속적인 가치의 8개 요소를, 기록관 분야에서는 SAA에서 2011년 제시한 핵심 가치이념을, 그리고 박물관 분야에서는 Kavanagh(1994)의 단행본에서 제시된 영국 박물관협회의 1991년 박물관헌장에서 제시된 핵심가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8가지 요소를 선정하여 이를 비교하였다(<표 1> 참조). 이들은 모두 문헌을 바탕으로 하는 이론적 논의를 기반으로 도출된 전문직 가치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도서관 분야의 경우 다양한 국가의 윤리강령을 분석하는 연구가 다수 있었는데 Gorman의 영속적인 가치를 분석기준 도출에서 공통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이를 선정하였다. 기록관과 박물관의 경우 선정된 가치 논의가 해당 분야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판단되었으므로 이를 활용하였다.

<표 1>. 도서관⋅기록관⋅박물관의 전문직 가치 비교

비교 결과 세 분야의 전문직 가치 논의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된 요소는 ‘접근’과 ‘소장물 관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 분야 모두 ‘접근’은 공적인 권리로서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소장물 관리’는 보관(stewardship 또는 custody)이라는 용어로도 제시되고 있었으나 그 내용은 수집된 소장물(collections)을 모범사례와 표준에 기반을 두어 관리한다는 의미였으므로 소장물 관리라는 용어로 제시하였다.

그 외 대부분의 공통요소는 두 분야의 가치 논의에서 함께 제시되고 있었다. ‘개인정보 보호’의 경우 그 내용이 SAA 핵심 가치이념의 ‘접근과 이용’ 안에서 명시되고 있었으므로 공통된 요소라고 보았다. ‘서비스’ 역시 이용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었다. ‘교육’의 경우 Gorman(2000)은 리터러시와 학습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박물관에서도 교육의 평등한 기회 제공을 중시하고 있었다. ‘전문성 개발’을 위해 노력할 것과 장기적 가치를 가진 기록물이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도 공통된 가치로서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주주의와 설명책임성은 관련된 개념으로서 공통요소로 간주하였으며, 이성주의와 자율성 역시 연관되는 내용이므로 공통요소로서 제시하였다.

이와 같이 전문직 가치를 비교하여 도출된 10개 공통요소를 윤리강령 분석의 초기 기준으로 삼았다. 이와 함께 공통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으나 각 분야의 전문직 가치로 제시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분야별로 차별화된 가치로서 윤리강령을 분석할 때 고려하는 것으로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Shachaf(2005)의 분석 방법을 참고하여 10개 공통요소를 초기 분석기준으로 삼아 분석을 실시하면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다른 요소들이 있을 경우 이를 추가로 제시하여 분석기준을 보완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영어권 국가 중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의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협회에서 제공하는 윤리강령을 분석대상으로 삼았으며 총 12개의 윤리강령이 포함된다. 각 윤리강령의 일반적인 특징은 <표 2>에 제시되어 있다. 윤리강령의 제정년도와 최근 개정년도를 살펴보면 기록관 분야의 윤리강령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제정 또는 개정년도에 대한 정보가 없었으며 다른 분야의 강령에서도 개정년도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명시되어 있는 경우라도 미국, 캐나다, 호주의 박물관 협회 윤리강령은 19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중반에 개정된 이후 개정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보다 정기적인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윤리강령의 제목과 URL은 <부록 1>에 제시되어 있다.

<표 2>.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의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협회 윤리강령

3.1 공통요소 분석

선행연구에서 제시하였듯이 본 연구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직 가치에 대한 이론적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10개의 요소를 초기 내용분석의 기준으로 하였다. 내용분석을 진행하면서 각 분야의 윤리강령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요소가 있으면 이를 추가하였다. 반면에 이론적 연구에서는 공통요소로 제시되었으나 실제 윤리강령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요소는 제외하였다. 조사 결과 ‘이성주의 및 자율성’은 윤리강령에서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제외하였고 그 결과 총 13개의 기준을 최종 공통요소로 도출하였으며 각 요소와 정의는 <표 3>과 같다.

<표 3>. 분석기준과 정의

이러한 13개 공통요소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의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협회 윤리강령에서 제공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는 <표 4>에 제시되어 있다. 우선 실무운영과 관련 된 7개의 요소 중에서 ‘접근’의 경우 대다수의 윤리강령에서 제시되고 있는 내용이다. 도서관 분야 미국 ALA 윤리강령과 기록관 분야 미국 SAA 윤리강령에서는 모두 공평한 접근을 언급하고 있으며 박물관 분야인 캐나다 CMA 윤리강령에서도 접근 기회의 공평성을 언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분야 호주 ALIA 윤리강령에서는 이용자에게 비용의 부담 없이 장서와 서비스에 접근 제공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기록관 분야 호주 ASA 윤리강령에서도 이용자들이 어떠한 차별 없이 서비스와 기록물을 이용해야 함을 언급하면서 이를 접근과 관련된 윤리적 임무로 설명하고 있다.

<표 4>.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분야 4개국 윤리강령에 나타난 공통요소

‘소장물 관리’는 기록관과 박물관협회 윤리강령에서는 공통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요소이다. 예를 들어 기록관 분야에서 영국 ARA 윤리강령에서는 기록관이 관리, 보관하는 기록물의 무결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임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 SAA 윤리강령 역시 기록물의 진본성과 지속적인 이용가능성 및 무결성 유지와 기록물과 관련된 활동에 대한 철저한 기록화를 강조하고 있다. 캐나다 CMA 윤리강령은 박물관이 공적 신뢰를 획득하는데 필요한 두 가지 임무로서 보관(stewardship)과 공공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박물관이 보관에 대한 공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기관의 정책에 따라 컬렉션을 수집, 기록화, 보존하면서 이를 온전한 상태로 후대에 계승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서관 분야에서는 호주 ALIA 윤리강령에서 정보의 선정, 조직, 보존, 제공, 배포와 관련된 정책을 개발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는 도서관과 기록관 분야 윤리강령에서는 거의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반면 박물관협회의 경우 캐나다 CMA 윤리강령에서만 제시되고 있다. 도서관 분야 미국 ALA 윤리강령에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비밀유지에 대한 권리를 보호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기록관 분야인 캐나다 ACA 윤리강령의 경우 이용자뿐만 아니라 기록물의 생산자와 기록물 내에 있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살아있는 개인의 권리도 보호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박물관 분야의 캐나다 CMA 윤리강령에서도 기증자, 대여자, 일반 대중, 또는 인체 잔해와 같이 민감한 유물과 관련된 개인정보는 보호되어야 함을 언급하고 있다.

‘서비스’와 관련된 내용은 도서관 분야 윤리강령에서 대부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미국 ALA, 캐나다 CLA, 호주 ALIA 윤리강령에서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기록관 분야 윤리강령 중에서는 영국 ARA 윤리강령에서만 공정한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박물관협회 윤리강령의 경우 미국 AAM 윤리강령에서 공공 서비스를 매우 중요한 사명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영국 MA 윤리강령에서도 높은 수준의 개인적 역량과 기관 차원의 무결성이 박물관 서비스에서 요청됨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의 측면은 리터러시와 학습의 차원에서 도서관 분야 호주 ALIA 윤리강령에서 제시되어 있는데 읽기능력의 향상과 정보 리터러시의 함양을 명시하고 있다. 기록관 분야 윤리강령에서는 교육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지 않는 반면, 박물관 분야의 경우 영국 MA 윤리강령에서 박물관이 교육적 기관으로서 체험학습을 장려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호주의 MA 윤리강령에서도 박물관의 목적을 널리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박물관에서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보았다.

‘보존’에 대한 내용은 기록관 또는 박물관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는데 예를 들어 기록관 분야 미국 SAA 윤리강령의 경우 기록물의 물리적 손상을 최소화하고 전자기록에 대한 구체적인 보안정책을 마련하는 등 보존에 대한 임무를 규정하고 있다. 박물관 분야에서 영국 MA 윤리강령은 박물관 유물을 잘 관리 된 상태로 후대에 계승하는 것을 중요한 사명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캐나다 CMA 윤리강령 역시 보존을 위한 모든 실무적인 절차를 수행할 것을 강조하였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 도서관 분야에서는 미국 ALA 윤리강령에서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함께 이용자와 권한 소유자 간 이익의 균형을 고려할 것을 언급하였다. 호주 ALIA 윤리강령에서는 저작권이 보호되는 저작물의 저자, 출판사, 기타 창작자와 도서관의 협력을 제시하였다. 기록관 분야의 경우 캐나다 ACA 윤리강령에서는 저작권 제한과 저작권자에게 사용 허가를 받는 방법을 이용자에게 알려줄 것을 기술하고 있다. 박물관 협회 중에서는 캐나다 CMA 윤리강령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판매를 위해 박물관 소장물이 이미지 등으로 재생산되는 경우 저작권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직의 책임과 관련된 4개 요소 중에서 ‘고객에 대한 책임’을 명시한 것으로 도서관 분야의 영국 CILIP 윤리강령에서는 이용자에게 서비스의 범위와 절차를 이해시키고 이용자와 관련된 사항은 비밀을 유지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기록관 분야 협회인 영국 ARA 윤리강령의 경우 이용자뿐만 아니라 기록물 생산자, 기록물 소유자, 기록물 내에 포함된 개인정보와 관련된 살아있는 개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박물관 분야 협회 중 호주 MA 윤리강령에서는 일반 대중의 요구가 있을 경우 박물관 직원들이 신속하고 친절하게 대응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동료에 대한 책임’에 있어 도서관 분야 미국 ALA 윤리강령에서는 존중, 공정함 및 신뢰를 바탕으로 동료를 대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기록관 분야 미국 SAA 윤리강령에서는 타 기관 아키비스트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그 기관의 사명과 정책을 존중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박물관 분야의 캐나다 CMA 윤리강령에서는 존중과 협력, 지원에 기반을 두어 동료들을 대하며 특히 경험이 많은 박물관 직원들은 그들의 지식과 기술을 동료들과 공유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기관에 대한 책임’과 관련하여 도서관 분야 영국 CILIP 윤리강령에서는 고용기관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높여 기관의 사명과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기록관 분야의 캐나다 ACA 윤리강령에서는 아키비스트가 개인적으로 기록을 수집할 경우 그러한 수집행위가 고용기관에서의 기록물 수집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박물관 분야의 캐나다 CMA 윤리강령에서는 고용기관에 대한 책임으로서 기관의 정책에 충실히 따르고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역량의 강화와 현황에 대한 파악 및 박물관 자원을 업무 목적으로만 활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성 개발’에 대한 것으로 도서관 분야 미국 ALA 윤리강령에서는 지식과 기술을 강화하고 유지함으로써 전문직으로서의 우수성을 추구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기록관 분야에서 호주 ASA 윤리강령은 경험이나 훈련이 부족한 동료들의 발전을 도울 것과 학회나 세미나 등과 같은 소통 채널을 통해 다른 이들과 경험이나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해당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것을 제시하였다. 박물관 분야의 영국 MA 윤리강령은 개인과 기관의 요구에 맞게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연마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사회적 목적과 연관되는 공통요소로서 우선 전문직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하여 미국 ALA 윤리강령은 업무 수행에 있어 개인적인 이익을 배제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개인적 신념과 전문직으로서의 책무를 구분할 것을 설명하고 있다. 기록관과 박물관의 경우 두 분야 모두 공적 신뢰에 바탕을 둔 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기록관 분야 미국 SAA 윤리강령에서는 전문가로서의 성실성을 보여주고 이해관계자들 간 이익의 균형을 제공함으로써 공적 신뢰를 강화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박물관 분야 미국 AAM 윤리강령은 공적 신뢰에 기반을 둔 박물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영국 MA 윤리강령은 박물관이 모든 사람들에게 속해 있고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며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관임을 언급하면서 그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설명책임성’과 관련된 내용으로서 도서관 분야 호주 ALIA 윤리강령에서는 정부, 행정, 비즈니스 업무가 일반 대중의 관점에서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정보전문가의 지원과 역할을 강화할 것을 언급하였다. 또한 공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직 업무에 대한 설명책임성이 요청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기록관 분야 미국 SAA 윤리강령과 영국 ARA 윤리강령에서 기록물에 대한 모든 활동을 기록하고 그에 대한 정당성을 설명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박물관 분야 영국 MA 윤리강령에서도 박물관의 모든 활동과 결정에 대한 설명책임성을 유지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3.2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간 차이점

공통요소에 기반을 두어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간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전문직 가치와 윤리적 측면을 살펴보았다. 이와 더불어 각 분야에서는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윤리적 논의사안이지만 다른 분야의 윤리강령에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내용도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 윤리강령의 내용을 통해 각 분야의 특수한 윤리적 쟁점 및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도서관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다루어지는 윤리적 측면으로 지적자유(intellectual freedom)를 들 수 있다. 실제 조사대상 윤리강령 중에서 지적자유는 미국 ALA, 캐나다 CLA, 호주 ALIA 윤리강령에서 모두 명시되어 있으므로 이는 도서관 분야의 주요한 윤리적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지적자유는 도서관 철학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도서에 대한 검열로부터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노력과 연관되어 있다. 지적자유는 ‘언론 출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등과 같은 헌법의 기본권과도 연결되어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와 정보공개제도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도서관계에서는 이를 수호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어 왔다(이명희 2004).

둘째, 기록관 분야의 윤리강령에서는 기록관리학의 주요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출처의 원칙 및 진본성과 무결성에 기반을 둔 신뢰성 있는 증거의 제공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서관 또는 박물관 분야와는 차이를 보인다. 이는 SAA(2011에서 제시한 핵심 가치이념 중 하나인 ‘역사와 기억’과 연결되는 기록관의 역할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사람들은 원 자료를 통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살펴보고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록물을 적합하게 보존함으로써 개인적 또는 사회적 기억을 연구하기 위한 증거로 기록물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도서관 장서 혹은 박물관 유물이 가지는 의미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박물관 분야에서는 윤리강령에서 소장된 유물에 대한 연구와 해석을 수행하는 박물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MA 윤리강령에서는 박물관에서 소장물에 대해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해야 하며, 소장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다양한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서 소장물을 연구하고 관련 정보를 해석하여 이를 공유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캐나다 CMA 윤리강령에서도 박물관에서 연구수행을 지원하고 그 결과를 공유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호주 MA 윤리강령 역시 연구를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박물관 큐레이터는 소장물에 대한 정보를 해석하고 이를 기록화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경주해야 함을 제안하였다. 이와 같이 타 분야에 비해 연구 기관으로서의 박물관의 역할이 윤리강령에 상대적으로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소장된 유물에 대한 해석 및 연구능력이 박물관 전문직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역량임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조사된 세 기관 간 전문직 가치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Wellington(2013)이 제시한 GLAM 매트릭스(matrix)에서 제시된 결과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Wellington은 GLAM 매트릭스를 통해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및 미술관의 공통된 8가지 핵심 원칙(core principles)으로 1) 접근; 2) 해석; 3) 설명책임성; 4) 증거로서의 기록(evidential records); 5) 연구; 6) 교육; 7) 오락(entertainment); 8) 보존을 제시하였다. 또한 각 기관이 이러한 핵심 원칙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뉴질랜드의 문화 유산기관 세 곳의 사례조사에 기반을 두어 10점 척도로 수치화하여 측정하였다.

<그림 1>. GLAM 매트릭스 출처: Wellington, S. 2013. Building GLAMour: Converging practice between Gallery, Library, Archive and Museum entities in New Zealand Memory Institutions, doctoral dissertation, Victoria University, Wellington. p.307.

그 결과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모두 공통적으로 연구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관별로 살펴보면 도서관에서는 접근을 가장 강조하면서 연구를 중시하는 반면 해석과 증거로서의 기록에 대한 중요도는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존과 설명책임성 역시 크게 중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반대로 기록관에서는 증거로서의 기록을 가장 중시하면서 설명책임성, 보존, 연구를 강조하는 반면 해석은 핵심 원칙으로 인식하지 않으며 오락에 대해서도 강조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물관의 경우 보존을 가장 중시하면서 해석, 증거로서의 기록, 연구를 강조하는 반면 설명책임성은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과 오락의 경우 다른 핵심 원칙에 비해 낮은 중요도를 보이고 있으나, 세 기관 중 박물관이 오락을 가장 강조하고 있었으며 도서관과 박물관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교육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록관의 경우 오락의 측면을 중시하는 정도가 매우 낮았으며 교육 역시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비해 강조하는 정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Wellington(2013)의 연구에서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한 부분으로는 세 기관 모두 접근에 대해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과 보존의 경우 기록관과 박물관에서 강조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교육은 도서관과 박물관에서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기록관에서는 증거로서의 기록이 특히 강조된다는 점과 박물관에서 유물의 해석이 강조된다는 점 역시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하였다. 그러나 GLAM 매트릭스에서는 연구 기능이 세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중시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본 연구의 분석대상이 된 윤리강령에서는 박물관 분야에서만 연구의 중요성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또한 기록관 분야에서는 설명책임성이 다른 분야에 비해 크게 강조되는 원칙으로 제시된 반면 기록관 분야 윤리강령 중에서는 미국 SAA와 영국 ARA 윤리강령에서만 기록관리 활동의 투명성을 언급하면서 설명책임성을 간략히 제시하는데 그치고 있다.

본 연구는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협력과 통합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세 분야의 협회에서 제정된 윤리강령의 비교분석을 통해 전문직 가치와 윤리에 있어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점과 차이점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분석 결과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세 분야 모두에서 2개 이상의 윤리강령에 제시된 요소는 1) 접근; 2) 소장물 관리; 3) 개인정보보호; 4) 고객에 대한 책임; 5) 동료에 대한 책임; 6) 고용기관에 대한 책임; 7) 전문성 개발; 8) 사회적 책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으로서의 책임과 기관의 공적 신뢰를 유지하려는 사회적 책임은 세 분야 모두 공통적인 가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접근, 소장물 관리, 개인정보보호는 실무 운영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분야 중에서 두 분야에서만 각 분야의 2개 이상의 윤리강령에 제시된 요소들을 살펴보면 1) 서비스; 2) 보존; 3) 지적재산권 이다. 서비스의 경우 도서관 및 박물관 윤리강령에서는 강조되는 반면 기록관 윤리강령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으며, 보존의 경우 도서관 윤리강령에서는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내용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재산권은 박물관 윤리강령에서 제시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또한 한 분야에서만 복수의 윤리강령에서 제시된 요소는 ‘교육’과 ‘민주주의/설명책임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의 경우 기록관 윤리강령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며 도서관 윤리강령 하나에서만 그 내용이 제시된 반면 박물관 윤리강령에서는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주의/설명책임성’의 경우 기록관 분야의 2개 윤리강령과 나머지 분야의 각각 1개의 윤리강령에서만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도서관 분야에서는 강조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언급되지 않은 가치는 지적자유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록관 분야에서는 증거로서의 기록물의 가치와 이를 지원하는 기록관의 역할이 다른 분야와 중첩되지 않는 고유한 기록관의 특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물관 분야에서는 소장물에 대한 연구와 해석 및 연구결과의 공유를 중요한 기능으로 강조되고 있어 다른분야와는 차이를 보였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시사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를 통해 접근, 개인정보보호, 전문직으로서의 책임, 사회적 책임 등 세 분야에서 함께 추구하는 전문직 가치를 일반적인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들은 세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는 이슈로서 비교적 용이하게 이해와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 보존 및 지적재산권의 경우 세 분야의 윤리 강령에서 드러나는 전문직 가치이기는 하지만 분야별로 윤리강령에서 언급되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의 경우 세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중시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주로 박물관 윤리강령에서만 언급되고 있었으며 민주주의/설명책임성 역시 기록관 윤리강령에서만 주로 언급되고 있었다. 이와 같이 공통적인 전문직 가치라고 해도 분야별로 인식하는 중요성과 발전 정도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통해 서로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는 도서관에서 발전된 영역이므로 기록관 또는 박물관에서 참고할 수 있으며 교육은 박물관에서 강조되는 측면이므로 도서관이나 기록관에서 이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보존은 기록관 또는 박물관 분야에서 주로 강조되므로 이들의 모범사례를 도서관에서 참고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 학습을 통해 세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Wellington(2013)의 연구와 같이 공통적인 전문직 가치가 실제 업무에 어떻게 적용되고 실무자들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협력 가능성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적자유, 증거로서의 기억, 연구⋅해석 역시 특정 분야에서 강조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다른 분야들에서도 어느 정도 인식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윤리강령 비교분석을 통해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공통된 전문직 가치를 도출하였고 각 분야에서 고유하게 강조되는 윤리적 측면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실제 업무에서 이러한 가치들의 적용과 인식을 조사하는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며 본 연구가 그러한 실증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