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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고보의 ‘만주표상’-귀환자의 노스탤지어-

PARK Yi-Jin 1

1서울대학교

Candidate

ABSTRACT

본 논문은 일본작가 아베 고보의 ‘만주표상’이 형성된 과정을 추적한 것으로, 이전까지 선행론에서 지적되어 오던 ‘패전을 통한 고향상실감’이라는 논리구도를 좀 더 확장시켜 아베 고보의 전후일본에서의 인식 변화에 착안하여 고향상실자의 시점이 형성된 구도를 고찰하였다. 아베 고보는 전후일본을 대표하는 문학자로 일본의 카프카라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기도 하다. 1948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하는 그는, 자신이 유소년기에 보냈던 만주를 무대로 한 소설을 데뷔작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패전으로 만주에서 일본으로 강제 귀송 조치에 따라야 했던 아베 고보는 실제 자신의 출신 때문에 아이덴티티의 균열을 겪게 된다. 전후일본 사회에서 만주일본인이라는 출신이 갖는 이질감을 자각했던 아베는 만주에서는 지배민족 일본인이었던 자신의 과거 사이에서 극심한 저항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과거 자신의 고향에서 침략자이자 식민자였던 만주일본인이 갖는 위화감이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인식하게 되는 아베는, 같은 일본인 사이에 벌어지는 복수극을 그린 『굶주린 피부』라는 작품을 통해 그러한 내적 갈등(혼란)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계획한 복수가 성공한 듯해도 스스로를 향한 자괴감은 일본인이라는 출신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키게 된다. 결국 아베 고보는 식민지주의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감을 폭력성을 통해 묘사, 풍자하게 되고, 식민지의 풍경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 존재인 피식민자의 입장을 사자(死者)로 그려내게 된다. 『변형의 기록』이 그것으로, 이 작품은 과거 만주와 전후일본의 피식민자의 입장을 이중적으로 투영한 것이기도 하다. 아베 고보는 전후일본의 미군점령의 현실을 식민지주의라는 지배 이데올로기로 직시한 것으로 이와 동시에 만주에서의 일본인이 갖고 있던 존재감을 보다 선명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만주를 고향이라고 여길 수 없는, 고향상실자로서의 위치감각을 인지하게 된다. 『탐정과 나』에서 묘사되듯이 건조한 날씨와 회오리치는 모래 바람처럼 황량하고 메마른 만주의 표상은 실제 만주의 풍토를 이루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침략자 일본인이라는 사실관계 때문에 오는 죄책감에 그리움이 넘치는 정겨운 기억으로 고향 만주를 표현할 수 없었기에 형성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베 고보의 인식 변화에 따른 노스탤지어의 형성과정으로, 황량하고 살풍경한 만주의 이미지는 아베 자신의 표상할 수 없는 고향에 대한 내면 풍경을 함유하고 있다.

Citation 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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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aper was written with support from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