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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와 번역(翻訳) -번역가로서의 무라카미 하루키-

  • 日本硏究
  • 2010, (29), pp.177-193
  • Publisher : The Center for Japanese Studies
  • Research Area : Humanities > Japanese Language and Literature
  • Published : August 20, 2010

정인영 1

1한국외국어대학교

Accredited

ABSTRACT

하루키는 앞에서도 밝혔듯 해외문학, 그것도 주로 미국문학의 영향 아래서 성장한 작가이다. 그는 일본의 동시대 작가보다 피츠제럴드, 카버, 카포티, 샐린저 등의 미국 작가들이 발산하는 공기 속에서 그들의 작품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해 왔으며, 이러한 독서 경험은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부터 그가 번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데에 대한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리고 작가가 된 후에도 그는 번역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그들과의 소통을 계속 이어왔다. 물론 그의 번역에 대한 관심은 처음에는 본격적인 것이 아닌 「단순히 가로쓰기를 세로쓰기로 바꿔보는 데 흥미가 있었던」 것이고, 「너무나 재미있는 소설이라서 이걸 일본어로 옮기면 어떤 느낌이 될까」라고 생각하는 정도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제 하루키만큼 많은 번역을 해내는 현역 소설가는 거의 없다. 그는 「소설을 쓰는 것과 번역하는 것은 뇌 안이 완전히 반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이라서 한 쪽만 계속 사용하면 다른 한 쪽도 사용하고 싶어지며,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 안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소설과 번역을 같은 비중으로 여기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자아(自我)를 움직여 이야기를 만드는」 위험한 작업인 반면에 번역이라는 것은 외부의 텍스트와의 거리를 유지하면 어느 정도 해결되므로 「안심할 수 있는 고마운」 작업이다. 하루키에게 있어서 번역의 의미는 이러한 자신 안의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루키는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거의 번역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키 본인 또한 번역을 하고 있을 때 살아 움직이는 기분이 든다고 할 정도로, 창작에 대한 열의 못지않게 번역이라는 작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프로 번역가이다. 이는 단순히 소설가의 번역 겸업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일본 출판계의 1990년대의 현상 중 하나로 번역문학, 특히 미국문학의 파급과 영향력의 증대가 현저해진 것을 들 수 있는데, 그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 하루키였던 것이다. 시바타 모토유키는 일본의 외국문학 번역의 흐름을 바꾼 번역가 중 한 사람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거론하며, 이는 하루키가 번역대상 작품을 선택할 때 자신이 읽고 용기가 나는 작품을 독자와 같은 감각으로 번역한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실제로 하루키가 그동안 번역 소개해 온 작품들은 그가 개인적으로 독자로서 애정을 가지고 자신이 아니면 다른 번역가가 대체 불가능하다고 믿는 작가들의 작품, 자신이 번역하지 않으면 일본의 독자들이 읽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작품들이다. 원저자로서의 그는 자신의 작품을 번역하는 번역가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편견이 있는 애정」 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 자신도 그러한 애정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을 번역하여 일본의 독자들에게 소개하며, 자신만의 피츠체럴드, 자신만의 샐린저를 번역한다. 그는 「번역이라는 것이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며, 「품도 많이 들고, 시간도 걸리는데다, 져야 하는 책임도 크다」는 사실을 토로하지만, 「시간만 있으면 책상에 앉아 충동적으로 번역에 착수」 할 정도로 번역에 애착을 갖고 있으며, 「번역이라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질리지도 않고 번역을 계속」 하며, 「책상 왼쪽에 좋아하는 영어 텍스트가 있고, 그것을 오른쪽에 있는 종이에 일본어 문장으로 바꿔 나갈 때 느끼는 기쁨은, 다른 행위에서는 얻을 수 없는 특별한 종류의 것」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에게 있어서 번역은 소설 창작과 함께 균형을 이루는 작업이며 이는 소설 창작과 번역의 비중을 거의 동일한 정도로 두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하루키에게 ‘번역’이라는 행위는 이제 필요불가결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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