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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학과 문화변용 -이솝우화(Aesop's Fables)의 중문(中文) 버전에 대한 통시적 고찰

Kim Sojung 1

1부산대학교

Accredited

ABSTRACT

20세기 초기 중국이 국가존망이라는 절체절명의 위난에 직면하면서 ‘계몽’담론은 자연스럽게 ‘구국’과 연계되면서 더욱 강조되었고, 교육성을 갖춘 아동문학의 번역은 번영의 가도에 들어섰다. 이는 근대적 출판문화가 성장하면서 규모가 큰 번역시장이 출현한 덕분이기도 했다. 이솝우화는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은 번역자들이 주목한 결과 많은 버전들이 쏟아져 나왔다. 단행본으로 출판된 것 중 비교적 유명한 것은 진춘생(陳春生)이 관화(官話)로 편집한 ≪이삭역평(伊朔譯評)≫으로 1909년 상하이 협화서국(協和書局)에서 활자본으로 출판되었으며 200편의 이솝우언이 수록되어 있다. 또 1915년 상해 상무인서관이 출판한 손육수(孫毓修) 편역의 ≪이색우언연의(伊索寓言演義)≫가 있다. 이 번역텍스트는 모두 133개의 우화를 수록하고 있으며, 역자의 말에 따르면 미국 최신 판본에 근거하여 번역하였다고 한다. 이 버전은 당시 상무인서관이 출판 기획한 ‘연의총서(演義叢書)’ 시리즈 중의 하나이며, 언어문자방면에서 이해하기 쉬운 백화문으로 되어 있고 삽화도 100폭이나 들어 있다고 하다. 그로 인해 많은 독자를 확보하여 1917년 재판을 찍어낼 정도였다. 학계에서는 임서의 버전과 함께 근대시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이솝우화 버전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에는 1955년 저우쭈오런(周作人)이 프랑스 에밀 샹브리(Emile Chambry)의 1927년 판본을 저본으로 하여 번역한 ≪이색우언(伊索寓言)≫가 인민출판사를 통해 간행되었다. 샹브리 판본은 그리스어 원본에 프랑스 번역본이 달려있는 형식으로, 아동문학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정쩐뚜어(鄭振鐸)가 1950년에 중법대학(中法大學) 도서관에서 빌려와 페이밍(廢名)을 통해 저우(周)에게 전해주었다고 한다. 이것을 계기로 저우는 원천 텍스트에 있는 358편의 고사를 하나도 빠짐없이 번역하기 시작하였고, 백화를 사용한 충실한 직역을 원칙으로 하되 독자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60여개가 넘는 주석을 첨가함으로써 가독성을 높였다. 이후 1981년 루어니엔성(羅念生)과 천홍원(陳洪文) 등이 공역한 번역본이 인민문학출판사를 통해 다시 세상에 나왔다. 루어의 번역본은 독일에서 출판된 그리스어본을 중역(重譯)했으며 모두 330편의 고사를 수록하고 있다. 간명하고 유창한 백화로 번역되어 당대 중국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버전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명말에서 근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솝우화는 문화의 교차지대에 놓여 있던 번역그룹이 자신의 정치문화적 의도에 따라 각각의 해석을 내놓으며 중국적으로 변용되었다. 장차 21세기 중국에서는 이솝우화에 대한 재해석과 고전 비틀기가 또 어떠한 양상으로 출현하게 될는지 궁금증을 뒤로하며 시론적 성격을 띤 문장을 끝맺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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