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과 제안첫째, 한국에서의 연구인만큼 韓國에서 만들어진 ≪說文≫ 관련 저작의 연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조선 최고의 ≪說文≫ 연구서라 할 수 있는 ≪說文解字翼徴≫에 대해 金順姬가 처음 소개한 이후로 河永三, 文準彗, 金惠經, 柳東春 등의 연구와 완역이 이루어져 총 13篇이 발표될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說文翼徴≫ 외에도 이규갑 교수에 의해 ≪第五游≫가 최근 소개되었고, ≪六書尋源≫에 대해서는 董作賓의 소개 이후 羅度垣과 河水容의 연구가 있었다. 이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연구 업적에 대한 관심과 소개가 필요했던 특수성에 기인한다 하겠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특수성과 장점, 이들과 비슷한 시기 유사한 성격의 국외 저작과의 비교 연구 등은 아직 부족하며, 더욱 수준 높은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說文≫의 번역연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완성도는 높지 않다는 점이다. ≪說文≫은 아직도 한국에서 완역되지 않고 있다. 사실 ≪說文≫의 완역은 한자 연구자들이 평생 이루고 싶은 꿈이기도 하다. 많은 연구자가 이러한 시도를 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 작업이 그만큼 힘들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說文≫은 ≪옥편≫ 등과 같은 단순히 글자의 뜻을 해석한 자서가 아니라 “五經無雙”으로 일컬어졌던 허신의 경력처럼 당대 최고 경학자였던 저자가 글자의 해설을 통해 자신의 경학 사상을 설파하고자 했던 것으로 철학적 해석이 글자 하나하나에 녹아있는 형이상학적인 “자전”이다. 그래서 방대한 지식 체계와 경학에 대한 이해는 물론 극도의 인내심과 세심함이 더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지금껏 李炳官의 ≪說文解字≫譯註(1)∼(20)(2000∼2010)가 가장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일관된 체계로 연구됐다고 할 수 있다. 金慶淑의 <說文解字全譯>(1992)은 “전역”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이후 지속하지 못했고, 孫叡徹의 ≪說文解字翻譯≫도 한국학술진흥재단(지금의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았지만, 아직 출간되지 않아 구체적인 진전 상황을 알 수 없다. 이외에도 金愛英의 <說文解字注十五篇飜譯>(1998)은 그래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는 볼 수 있지만, ≪說文≫보다 몇 배나 방대한 ≪說文解字注≫가 이러한 속도로 언제 완역될는지는 알 수 없다. 이에 비해 廉丁三의 <說文解字注部首字譯解>(2003)는 ≪說文解字注≫의 540부수자를 한정하여 대단히 성실하게 역해함으로써 ≪說文解字注≫ 완역의 시초를 열었다 하겠으며, 이후 관련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說文≫이든 ≪설문주≫든 그렇게 간단한 번역작업이 아니므로, 개인적 욕심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를 수행할 실제 연구자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한국적 현실에서 개별적 연구보다는 ‘설문 번역 연구회’ 형식의 집체적 작업이 완성도는 물론 번역의 질도 높일 길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한국의 ≪說文≫ 연구자들이 ‘번역팀’을 구성하여 함께 작업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셋째, ≪說文≫ 자체의 연구에서는 ≪說文≫의 體例와 書體 및 研究史(특히 ≪說文≫ 4대가)의 연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說文≫ 연구자들이 주로 대만에서 유학했고 그 때문에 ≪說文≫의 정통 연구를 강조하는 대만의 학문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說文≫의 본격 연구는 가장 중요한 영역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의 연구도 중요하겠지만, 한국인의 처지에서 한국인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시각과 차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연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說文≫을 통한 문화연구이며, ≪說文≫에 반영된 자해를 통해 중국인의 원형적 사고를 추적하고 동양 문화의 근원을 파헤치는 연구가 구체적 예가 될 것이다.
넷째, 연구의 불균형을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
한자학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중시됐던 것이 ≪說文≫ 연구이며, 1899년 갑골문 발견 이후 갑골문을 비롯한 고문자 연구가 중시되기 시작했다. 특히 갑골문의 발견은 분명히 한자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說文≫의 한계 극복은 물론 한자학의 발전에 그 무엇보다 큰 공헌을 하였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중요성을 반영한 때문인지 갑골문에 관한 저술은 수량이나 종류에서 이미 ≪說文≫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번역되거나 저술된 저작만 해도 15종이나 된다.
이렇게 본다면 불과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갑골문에 대한 주요 연구서는 대부분 번역됐지만 ≪說文≫ 같은 경우에는 馬敍倫의 ≪說文解字硏究法≫ 등과 같은 고전적인 저작을 포함하여 번역되어야 할 저작이 많이 빠져 있어, 연구 경향에서 상당한 불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금문 연구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고문자 영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고 가장 풍부한 문자 자료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개론서조차 번역되지 않은 실정이다. 한자학 영역에서의 이러한 불균형 현상은 빨리 조정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조정을 거친 균형적인 연구가 건전한 학자학의 발전을 이루게 할 것이다.
다섯째, 과학적 수단의 활용과 협력 연구의 필요성이다.
오늘날은 컴퓨터 과학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었으며,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가 실시간으로 하나로 연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야말로 과학 연구의 토대가 그 어느 때보다 수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중국은 역대 자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상당한 수준으로 구축되었고, 한국의 ‘자서’에 대해서도 한국 한자연구소 주관으로 ≪訓蒙字會≫ㆍ≪全韻玉篇≫ㆍ≪字類註釋≫ 등 ‘한국 역대 자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상당한 자료들이 데이터베이스화되었고, 뛰어난 연구 성과들과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구미 지역에서의 연구 성과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 이제 이러한 성과를 모범 삼아 각국의 ‘說文硏究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한자문화권’은 물론 구미 지역을 아우런 전 세계의 ≪說文≫ 연구자들이 연합한 공동 연구와 비교 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