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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魯迅)의 문명비판과 신체담론 -‘변발’ 문제를 중심으로-

LEE BO GYEONG 1

1강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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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상에서 변발과 변발 자르기에 관련된 루쉰의 소설과 산문들을 살펴보았다. 최초의 소설에서부터 죽기 직전에 쓴 산문에서 루쉰은 중국인의 머리모양과 그로 인해 일어난 사건들을 묘사하고 설명하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루쉰의 변발자르기는 軒轅에게 바치는 ‘피’ 즉, 한족의 부흥을 위한 희생의 각오로 해석되었다. 그런데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排滿革命이라는 민족주의적 열정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겠지만, 이 보다는 서양인들의 눈에 보여진 ‘수치스런 신체’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루쉰이 서양인의 눈으로 자신을 포함한 중국인의 신체를 바라보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그런데 루쉰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가짜양놈과 N 선생의 가짜변발을 둘러싼 소동에 대한 묘사와 산문에 대한 읽기를 통하여 루쉰이 변발에 대해 그토록 ‘악감’을 가졌던 이유에 대해 다소 새로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루쉰은 특정한 머리모양에 대한 선언적 실천 혹은 계몽이 또 다른 피의 역사를 반복하게 할 뿐임을 주장하고 있다. 루쉰이 변발을 부정했던 것은 머리모양을 선택할 자유를 성취하지 못한 상징으로 간주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루쉰의 지향점은 중국인의 신체를 서양적, 근대적 신체로 개조하는 데 있었다기보다는 중국인이 자신의 신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다시 말하면 ‘자유’로운 신체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루쉰은 서양인의 눈으로, 타자화된 시선으로 자신의 신체를 바라보았지만, 궁극적으로 서양인의 신체로의 개조가 아니라 신체의 자유를 열망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근대화 혹은 근대성의 환상에 깊이 빠져있던 여타 문인들과 구분되는 지점이 아닐까 한다.

Citation status

* References for papers published after 2023 are currently being built.

This paper was written with support from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