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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의 증가 추이가 가파르다. 『2012 년 전국 작은도서관 운영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은 2010년 3,349관에서 2012년 3,951관으로 크게 증가했다(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박물관정책기획단 2013, 10). 그러나 작은도서관의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용적 미비점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간, 시설, 장서 등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도서관으로서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 인력의 부족이 큰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순회사서제도는 작은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순회사서제도는 1999년 학교도 서관에 사서보조원을 파견하는 사업으로 시작 되어, 2010년에는 공공도서관의 작은도서관 지원 방안의 하나로 확대되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전문 운영 인력을 지원하여 공공도서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작은도서관으로서의 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있다. 공공도서관에서 한명의 순회사서를 고용하여 지역 내 작은도서관 들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순회사서는 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을 연결하며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운영 상의 논란과 순회사서의 처우에 관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순회사서제도를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간 협력체계의 효율적인 통로로 보고, 문헌을 통한 이론적 고찰과 함께, 순회사서제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관련자들의 면담을 통하여 순회사서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순회사서를 주된 주제로 다룬 국내 학술연구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순회사서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주로 도서관 간 협력 방안의 일환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김홍렬(2010), 류웅재 외(2010), 조윤희(2010), 한상우, 오현석(2011), 이승원(2011), 김재철(2013), 이정호(2014) 등에 의해 활발히 전개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또는 학교도서관 간의 협력 필요성에 관한 연구들 중에서도 순회사서를 다룬 연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초기 논의로는 『국회보』에 게재한 최종덕 (2002)의 ‘학교도서관 활성화 정책과 과제’가 있다. 그는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를 보조할 운영 인력을 학교실정에 맞게 배치할 것을 제안하는데, 여기에서 순회사서를 학교도서관 운영을 보조할 인력의 하나로 언급하였다. 이후, 사립작은도서관과 공공 도서관의 협력 방안으로 순회사서 파견을 언급한 정현태 외(2010a, 2010b)의 연구, 학교도서 관과 공공도서관의 협력 방안으로 순회사서제 도를 제시한 최은실(2013)의 연구, 작은도서관 협력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의 문제를 지적하고, 순회사서제도의 활성화와 인력 지원방안 수립을 주장한 이정호(2013)의 연구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외에 순회사서제도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를 시사한 이정연(2011)의 연구가 있다. 도서관 서비스의 양적 확장만으로는 취약계층에 제대로 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그는 순회사서제도를 단순 운영 인력 수급정책으로 평가하며, 전문사서 배치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본 연구의 관련 선행연구들은 작은도서관의 활성화 방안 또는 공공 도서관과 작은도서관 간 협력체계에 중점을 두고, 그의 한 방안으로 순회사서를 언급하였을 뿐, 순회사서를 연구의 본 주제로 다루고 있지 않다.

3.1 순회사서의 개념

순회사서 개념의 단초는 1999년 학교도서관 활성화를 위하여 시작된 ‘초⋅중⋅고등학교 사서보조원 배치 및 활용’ 사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업은 ‘실업극복국민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는데, 서울 소재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사서보조원의 지위로 파견 하였다(박금희 1999, 1-4). 이후 2002년경부터 학교도서관 지원 정책으로 ‘순회사서’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다. 학교도서관을 중심으로 도입되 었던 순회사서제도는 2010년 ‘작은도서관 순회 사서 지원 사업’을 계기로 공공도서관에도 유입 되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순회사서는 법률적 또는 학술적인 개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현장의 필요성 때문에 제안되어 국가 정책 사업으로서 시작된 개념이다.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며, 영문 명칭도 연구자마다 차이가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파 견’이란 일정한 임무를 주어 사람을 보냄을 뜻하고, ‘순회’란 여러 곳을 돌아다님을 의미한다. 즉, ‘장소의 이동’을 특징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순회사서란 한 도서관(장소)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여러 도서관(장소)을 돌아다니며 직무를 수행하는 사서를 의미한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순회사서의 영문 명칭은 ‘Circulating librarians’, ‘Itinerant librarians’ 등 연구자들마다 차이를 보인다. ‘Circulating librarians’는 18세기 영국에 등장했던 유료 대출도서관(Circulating library)1) 에서 차용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늘날 순회사서의 의미로 사용되기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Itinerant librarians’의 어원은 우리나라 순회사서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등장배경과 유사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Itinerant librarian’은 도서관이 급증하던 19세기말 미국의 시대적 상황에서 등장한 사서직의 한 유형이다. 당시 미국은 빠르게 늘어나는 도서관 수에 비해, 사서의 일손은 크게 모자랐다. 이에 다수의 목록전문가, 분류전문가가 학교, 공공, 대학, 전문도서관 등 관종을 불문하여 미국 전역을 돌며 부족한 일손을 돕고, 업무 지체를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이들이 바로 ‘Itinerant librarian’이었다 (Passet 1990, 1). 우리나라 순회사서의 등장이 도서관 간 협력의 필요성과 함께, 도서관 운영 인력의 부족이라는 근본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회사서의 영문 표기는 ‘Itinerant librarian’이 조금 더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0년부터 발행되고 있는 연간 『순회사서 사업의 결과보고서』에 나타난 순회사서의 담당 직무를 종합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순회사서 담당 직무 비교 출처: 장혜란 2011, 110-111; 『도서관법』(법률 제11310호) 제28조(업무); 2010년~2013년도 『작은도서관 순회사서지원 사업 결과보고서』.

<표 1>에 나타나듯이 IFLA 공공도서관 서비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사서의 임무를 경영, 서비스, 장서관리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그 중 도서관 경영에 중점을 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순회사서의 직무에서는 경영 측면이 전무하고 교육, 서비스, 장서관리, 협력 측면을 중심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순회사서는 첫째, 자료 선정 및 수집⋅정리 등사서 고유 업무인 ‘장서관리’, 둘째, 열람⋅대출 서비스, 독서문화프로그램 기획⋅운영 등의 ‘서비스’, 셋째, 도서관 운영자 및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 넷째,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간 그리고 작은도서관 간의 네트워크 구축 및 커뮤니티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협력’을 핵심 직무로 하고 있다. 이는 각각 『도서관법』 (법률 제11310호 2012.2.17. 일부개정) 제28조 제1호, 제4호, 제5호에서 정한 공공도서관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3.2 순회사서제도의 배경

순회사서제도의 도입은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간의 협력 필요성과 당위성에 근거한 다. 공공도서관의 부족으로 인해 도서관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생활권역에서 지식정보 및 독서문화 서비스의 제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도서관법』 제2조 제4호 가목) 작은도서관은 2012년 현재 전국에 3,951관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박물관정책기획단 2013, 31). 하지만 이러한 양적 확장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물적⋅인적 자원의 한계로 인해 다수의 작은도서관이 도서관 본연의 기능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김유승 2014, 2; 김재철 2013, 4).

따라서 도서관 간에 협력체계 구축은 이용자의 정보요구 충족과 도서관 운영의 효율성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최선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류웅재 외 2010, 82). 이와 같은 협력체계의 필요성은 다수의 연구자들에 의해 논의되었고, 작은도서관의 협력체계 구축의 당위성으로 이어졌다. 김홍렬(2010, 21-22) 은 작은도서관의 역할 수행과 효과적 정보서비스 제공을 위한 타 도서관과의 협력체계 구축을 논하였고, 이승원(2011, 2)은 이를 바탕으로 통합서비스 제공을 주장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유양근, 박송이(2010, 14)는 지역주민과 맞닿는 마지막 접점으로 역할하는 작은도서관이 공공도서관 네트워크에 편입되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협력의 필요성은 법령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작은도서관 진흥법』(법률 제11316호 2012. 2.17. 제정) 제7조 제1항은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간의 자료 및 업무협력을 위한 정책 마련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7조 제2항은 이를 위한 정보공유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연계 방법으로는 예산 지원, 인적 지원, 장서 및 프로그램 지원 등이 있으며, 본 연구가 주목하는 순회사서제도는 인적 지원의 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적 지원은 전문 인력이 수행하는 장서 및 프로그램 업무,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예산 문제와 동떨어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따라서 순회사서제도는 단순한 인적 지원이 아닌 공공도 서관과 작은도서관 간의 포괄적 협력과 지원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3.3 순회사서사업 개요

2010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시작한 ‘작은도서관 순회사서 지원 사업’은 2014년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시행 5년 동안 주관기관은 2010-2011년 한국도서관협회부터 2012-2013년 행복한도서관재단, 2014년 한국 도서관문화진흥원에 이르기까지 3차례나 변경 되었다.

연도별 사업기간 종료 후 발행된 『작은도서관 순회사서 지원 사업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순회사서 사업 내용을 비교하면 <표 2>와 같다.

<표 2>. 순회사서 지원 사업 내용 비교 출처: 2010년~2013년도 『작은도서관 순회사서 지원 사업 결과보고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간 평균 사업기간은 9.5개월로 매년 4월에 시작되어 같은 해 12월 또는 이듬해 1월에 종료되었다. 2010년 10억 원으로 시작된 연간 사업비는 2013년 6억 6천만 원으로 줄었고, 이에 따라 참여 공공도서 관이 2010년 77개관에서 2013년 48개관으로 줄었고, 순회사서도 2010년 77명에서 2013년 48명으로 축소되었다. 참여 작은도서관 수는 2010년 344개관이었던 것이 2011년 200개관으로 대폭 줄었다가, 2013년 230개관으로 다시 늘었다.

순회사서의 고용형태는 사업초기부터 지금까지 주 40시간 근무의 기간제 계약직으로 고정 되어 있으며, 임금 역시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방문활동비로 1일 1만 원, 1개월 20만 원 한도로 지급되던 것이 2013년 1일 1만 3천 원, 1개월 26만 원 한도로 늘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순회사서 지원 사업에 참여한 서울특별시 산하 자치구와 시행도서관을 살펴보면 <표 3>과 같다.

<표 3>. 순회사서 지원 사업에 참여한 서울지역 자치구 및 시행도서관 출처: 2010년~2013년도 『작은도서관 순회사서 지원 사업 결과보고서』, 한국도서관문화진흥원 홈페이지 <http://www.klib.or.kr>. [cited 2014.9.20].

서울특별시 산하 25개 자치구 중, 5년 연속으로 참여한 자치구나 도서관은 한 곳도 없었다. 강동구, 노원구, 송파구, 영등포구가 4회에 걸쳐 순회사서 사업을 시행한 반면, 강남구, 구로구, 은평구, 중구는 단 한 차례도 사업을 시행 하지 않았다. 관악구, 금천구, 동대문구, 동작구, 서초구는 2014년 처음으로 순회사서 사업에 참여하였다. 개별도서관의 참여를 살펴보면, 강동구 ‘강일도서관’이 가장 많은 4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3회 참여한 도서관은 ‘강북문화정보센터’, ‘노원정보도서관’, ‘서울시립어린이도서 관’ 등의 3개관, 2회 참여한 도서관은 ‘광진정보 도서관’, ‘월계문화정보도서관’, ‘도봉1동어린이 도서관’, ‘이진아기념도서관’, ‘송파어린이도서 관’, ‘신월디지털정보도서관’, ‘대림정보문화도 서관’, ‘선유정보문화도서관’ 등의 8개관이었다. 이와 같이 서울시 산하 자치구와 개별도서관의 순회사서 지원 사업 참여는 비연속적이고, 부정 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사업 기간 동안 지원할 수 있는 시행도서 관의 기준도 지속적으로 변경되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표 4>와 같다.

<표 4>. 순회사서 지원 사업 지원 대상 기준 출처: 2010년~2013년도 『작은도서관 순회사서 지원 사업 결과보고서』.

순회사서 지원 사업 시행 첫 해인 2010년에는 지원 대상 기준을 ‘국가도서관 통계시스템에 등록된 공공도서관’으로하여 작은도서관과의 연계성을 묻지 않았으나, 2011년에는 ‘국가 도서관 통계시스템에 등록된 공공도서관 중 인근 작은도서관 4곳의 운영을 지원할 수 있는 곳’으로 구체화시켰다. 2012년에는 지역 내 작은도서관 4곳 이상을 운영,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와 순회사서 선발, 채용, 교육, 관리의 수행 여부를 지원 대상 기준으로 더욱 구체화 시켰 다. 하지만 사업지원 대상에 공공도서관뿐만이 아니라 작은도서관까지 포함되는 변화가 있었 다. 2013년 지원 대상 기준에서는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구분을 두지 않고 ‘도서관’이 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2012년 기준의 맥을 이었다. 이에 2012년 강동구 ‘함께 크는 우리’, 마포구 ‘성메작은도서관’, 2013년 마포구 ‘꿈을 이루는 작은도서관’, 성북구 ‘작은문화공동체 다솔’, 송파구 ‘소나무 언덕2호 작은도서관’, 2014 년 관악구 ‘은천동작은도서관’, 금천구 ‘참새작은도서관’ 등 다수의 작은도서관들이 순회사서 지원 사업 시행도서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2010) 의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의 순회사서 지원 사업은 긍정적 평가 속에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사업에 참여한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운영자, 순회사서 모두에게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연계에 긍정적 효과를 체감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 2010, 59, 67, 73). 하지만, 순회사서제도가 긍정적으로만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순회사서 지원 사업의 불안정성, 순회사서의 역할 및 직무에 대한 인식 등 협력의 통로로서 순회사서제도를 활용하는 데는 산적한 문제들이 놓여 있다. 다음에서는 순회사서제도의 문제를 크게 제도 운영상의 문제와 순회사서의 처우에 관한 문제로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1) 1725년 에딘버러(Edinburgh)에서 알렌 람세이(Allen Ramsay)가 하루 1페니(Penny)를 받고 자신의 서점에서 책을 빌려주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1800년대 영국 대부분 주요 도시에 대출도서관(Circulating library)이 설립되었다(Allen 2008, 121; Raven 2006. 251-253; Harrod's Librarians' Glossary and Reference Book 2005).

본 연구는 순회사서제도와 관련된 구체적 문제를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해 서울⋅경기지역 에서 근무하는 순회사서 7명, 시행도서관 사서 3명, 작은도서관 운영자 5명, 사업시행자 2명 등순회사서 사업 관련 참여자 총 17명을 대상으로 면담 조사를 실시하였다. 면담은 2014년 9월 15 일부터 7주에 걸쳐 진행하였고, 진행방식은 방문면담 10명, 전화면담 4명, 이메일 면담 3명이 었다. 방문 및 전화면담의 경우 1인당 평균 약 90분이 소요되었으며, 면담 대상자의 동의를 얻어 녹취 후, 이를 분석의 근거로 삼았다.

4.1 순회사서제도 운영상의 문제

순회사서제도 운영상의 문제는 첫째, 업무 규정 및 지침의 미비와 둘째, 순회사서 소속의 모호함과 그로 인한 업무 보고 체계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업무 규정과 지침의 미비로부터 기인하는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업무 규정과 지침의 미비로 발생하는 업무 영역의 불명확성은 업무 분담의 문제, 나아가 업무 과중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었다. 순회사서의 업무와 역할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 임명된 순회사서가 어떤 일을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안내 등은 전적으로 시행도서관 담당 사서의 몫이었다. 일부 시행도서관의 경우 대략적인 안내도 없이 순회사서를 작은도서관으로 투입했다. 동일한 시행도서관이라도, 담당 사서의 상황이나 판단에 따라 안내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다. 참여자 중 다수의 순회사서가 직접 자신의 업무를 소개해야 했다. 그나마 순회사서 실무교육은 주로 사업 초기에 진행되기 때문에 중간에 채용된 사서는 교육을 받기 어려웠다. 교육을 통해 배우는 내용 또한 충분치 못하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이를 보완하려면 시행도서관의 지속적인 순회 사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것 역시 시행도서관의 재량이기 때문에 받지 못하는 순회 사서가 많았다.

“처음 순회사서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취지 등을 전혀 듣지 못했어요. [⋯] 순회사서선생님이 오셔서 설명이 잘 안됐다는 부분을 아시더라고요. 순회사서선생님이 오셔서 직접 설명 해주셨어 요.”(참여자 A)

“순회사서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요. 미리 안내도 못 받았어요. 여기에 순회사서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일을 하면서 알았죠, 정확하게는.”(참여자 G)

명문화의 미비는 업무 분담에도 영향을 끼쳤다. 업무 분담은 대부분 작은도서관 방문한 후 운영자와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있음을 다수의 면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이 일을 하게 될 거다라는 식으로 추상적으로 안내를 받았어요. 어떤 역할에 대한 분배 자체는 없었고, 그건 순회사서선생님이 오신 뒤에 상의 해서 각자 맡을 업무를 정했죠. 만약 그것마저도 잘 안됐을 경우에는 한쪽이 업무를 떠맡게 되는 상황이 오는 거죠.”(참여자 K)

순회사서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작은도서관 운영자와의 사전 협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협력 및 지원 업무의 설계가 불가능해진 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적, 인적 낭비와 함께 순회사서에 대한 인식 저하도 우려되는 상황이 다. 업무 분담의 문제는 작은도서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시행도서관에서 임의로 순회사서에게 업무를 할당하는 경우도 있었고, 인수인계 역시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순회사서란 게 항상 있는 게 아니니까 지정되어 있는 업무도 없고, 업무의 구조성도 없고, 결국 가치가 고정화가 되어있지 않게 되고. 그 직업이 갖고 있는 특성이나 부여해야 하는 직무가 없다 보니 이걸로 인해서 너무 불편하고 어려운 게 있어요.”(참여자 Q)

이러한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하여 업무 규정과 구체적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매뉴얼이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에요. 하나는 순회사서 업무에 명확성을 주기 위해서 필요하고 요. 두 번째는 인수인계가 없는 순회사서에게 업무의 인수인계 차원의 매뉴얼이 필요해요. [⋯] 사업이 연속성을 만들 수 없으면 적어도 개선책은 나와야 하잖아요.”(참여자 H)

명문화된 업무 규정과 지침이 미비 된 상황에서 업무의 통일성과 표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한 참여자는 “순회사서에게 필요한 업무를 배울 곳도 없고, 동일한 업무의 통일성이 부족” 하다며 아쉬움을 표했고(참여자 M), 또 한 참여자는 “정확한 업무 배정이 없었고, 업무처리 결정권 등 주어진 권리도 부족”했다고 진술하였다(참여자 L). 이러한 환경에서 모든 것은 순회사서 개인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도서관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수기로 작성하는 곳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작은도서관 업무 환경에서, 업무의 내용과 품질은 순회사서 개인의 책임과 역량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은 순회사서가 본인이 일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너무 순회사서의 책임으로만 생각 해요. 순회사서의 역량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해야 할 일을 못 찾아 낼 수 있고, 작은도서관 입장 에서도 순회사서가 뭘 하는지 모르니까요.”(참여자 H)

이러한 맥락에서 한 참여자는 순회사서에게는 직함만 있고 직무가 없다며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순회사서는 직함만 있고 직무가 없는 거예요. 순회사서가 뭔지를 정확히 다들 몰라요. [⋯] 순회사서를 왜 만들었는지 묻고 싶어요.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러면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인 시안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참여자 Q)

순회사서 소속의 모호함과 그로 인한 업무 보고 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작은도서관은 한 기관에 의해 운영이 되지 않고, 다양한 기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회사서는 순회사서 지원 사업을 주관하는 문화 체육관광부와 그 일을 실제로 진행하는 재단 등에 소속되어 있지만, 실제 순회사서의 채용은 시행도서관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체계가 더욱 복잡해졌다.

“작은도서관은 운영주체가 한곳이 아닌 경우가 있어요. 순회사서는 기본적으로는 시행도서관 쪽에 업무보고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작은도서관 관장님도 계시고, 구청도 있고. 어떻게 보면 이런 면 때문에 순회사서는 소속이 불분명한 입장이 되죠. 어디에다 보고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서로 보고를 받으려고 하지 않고 미루다가 어느 수준이 되면 모여서 회의하고, 이런 식으로 돌아가게 되니까 일 처리가 굉장히 비효율적이 에요. 거기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지는지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니까 그게 또 문제가 되고요.”(참여자 K)

“순회사서는 순회사서사업재단 소속인데, 지시는 공공도서관 지시를 받고, 작은도서관 가서는 작은도서관에서 원하는 지시를 받아요. 또 자원봉사자 요구도 들어줘야하고요. 뭔가 위에 걸쳐야 하는 게 많아서 그런 게 모호해요.”(응답자 D)

순회사서의 소속을 분명히 하는 것은 순회사서의 효율적 업무 수행을 위한 중요한 전제다. 순회사서에 대한 일차적인 지원은 채용과 운영을 맡은 시행도서관에 있다. 하지만, 시행도서 관이 순회사서의 채용 이후, 관리에 소홀할 경우, 순회사서는 업무 체계상 어느 곳에 먼저 보고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이 생긴다고 밝혔다 (참여자 K). 채용은 시행도서관을 통해 되었지 만, 실질적인 업무는 작은도서관 관계자와 더욱 밀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속의 문제는 업무 과중으로도 이어졌다. 한 명의 순회사서에게 지시하는 기관이 여러 곳이기 때문이다.

“작은도서관 사서도 그렇고 시행도서관 사서도 그렇고, 순회사서선생님한테 좀 지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꼈어요. [⋯] 작은도서관 사서가 새로 왔는데도 순회사서선생님이 업무를 많이 부담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행도서관에서도 순회사서선생님은 계약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느껴요. 뭐든지 시키고 부탁하는 지시형이 많아 요. 그런 대우에 비해 순회사서는 업무량이 너무 많고.”(참여자 G)

면담 참여자들은 이러한 운영상의 문제점이 주관기관의 실사조사나 간담회에서도 제기되 었지만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주최 측에 순회사서를 안정적인 직업으로 가져갈 수 있게끔 임금체계나 그런 것들에 대해 몇번 제안을 드리긴 했었어요.”(참여자 I)

“사업기간 중간에 간담회를 하는데,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바뀌지도 않을 거면서.”(참여자 Q)

현장에서 체득된 운영상의 문제가 지적되었음에도 개선하지 않은 채 사업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순회사서제도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단순한 고용창출효과만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한다.

4.2 순회사서 처우의 문제

다수의 면담 참여자들은 순회사서제도가 순회사서에 대한 낮은 인식, 고용불안정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것이 현행의 단기적 사업운영방식에 기인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참여자들은 순회사서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일부에서는 순회 사서를 단순한 대체근무자로 인식하고 있는 단면도 보였다.

“작은도서관 같은 경우 운영 인력이 부족한 부분이 제일 크기 때문에, 업무부담도 덜 수 있고,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 연차를 쓴다거나 이런 것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도움 많이 된다고 생각 합니다.”(참여자 C)

“작은도서관은 1인 사서가 대부분인데 휴가를 갈 수도 없고, 교육을 받으러 가고 싶어도 도서관을 봐줄 사람이 없어요. 자원봉사자를 쓰라고 하는데 도서관을 덥석 맡기기가 쉽지는 않고 [⋯] 오시면 무조건 환영이죠.”(참여자 B)

대다수의 작은도서관들이 지속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현실에서 대체근무자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장기적으로 순회사서제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순회사서 본연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못했음을 반증하기 때문 이다.

작은도서관 내에 존재하는 순회사서, 나아가 사서에 대한 낮은 인식에 대해 한 참여자는 “순 회사서가 뭐하는지를 떠나서 사서가 뭐하는지를 몰라요. 어떤 자원봉사자의 경우에는 사서가 뭔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으시고 [⋯]”라는 말을 남겼다(참여자 H). 이러한 견해를 일반화 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 작은도서관 안팎에 사서와 사서업무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존재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순회 사서에 대한 낮은 인식은 작은도서관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일부 시행도서관 역시 순회사서를 단순 대체인력으로 인식한 사례를 다수의 참여자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시행도서관에서는 순회사서를 그냥 바쁜 날 이용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작은도서 관에 안 가도 된다는 말도 들었어요.”(참여자 Q)

“시행도서관에서도 순회사서선생님은 계약직 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을 느껴요. 순회사서가 하는 일에 비해 대우가 좋다고 생각되지는 않아 요.”(참여자 G)

안정적 고용에 대한 보장 없이 순회사서에 대한 인식 제고를 바라는 것은 난망한 일이다. 연속성 없는 순회사서사업은 순회사서의 고용 불안정을 필연적으로 야기하고, 사서들이 순회 사서를 직업으로 선택하기 꺼려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순회사서사업 기간의 비연속성과 사서의 짧은 고용기간에 대해 참여자들은 한목소리로 불만을 이야기했다.

“작은도서관 중에 순회사서를 원하시는 곳은 내년에도 할 수 있는지 계속 물어보세요. 올해 안에는 정리가 안 될 것 같으니까. 그런데 대답을 해드릴 수가 없죠. 내년에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참여자 D)

“순회사서가 임시직이라 보니 다른 곳에 취업되는 경우에는 종종 그만두십니다. 그로 인해 대체할 순회사서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 작은도서관들은 지원 받는 게 힘들어집니다.”(참여자 P)

사업의 비연속성은 단순한 사업의 중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중단 이전의 지원과 사업의 성과마저도 수포로 돌아가게 한다. 순회 사서 지원 사업의 취지를 흔드는 문제다. 게다가 순회사서는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하여 작은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기 어렵고, 단기간의 고용기간 때문에 이용자 및 작은도서관 운영자와 교감하고 소통할 시간이 부족하다. 이와 같은 상황은 순회사서 업무의 품질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일주일에 1회 방문하는 데 몇 개월 지나면 바뀌거나, 만약 내년에 선정되지 않아서 아예 오지 않게 되는 경우에 [⋯] 장기적인 작업이 힘들고 단기적인 작업만 하게 됩니다.”(참여자 J)

“이제 좀 친해져서 업무적으로 이거 우리 같이 해보자 하는 생각을 할 때쯤 바뀌니까 아쉽죠. 또 순회사서선생님들이 프로그램을 해주시는 데, 계약이 끝나서 가시면 이어지지 않고 프로그램이 없어져요.”(참여자 O)

담당하는 작은도서관들의 개별적 현황과 문제점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해결 방안을 모색 할 즈음이면 순회사서의 계약은 끝이 난다. 그래서 새로운 순회사서가 파견되면 모든 것이 다시 원점에서 시작된다. 발전 없이 같은 이야 기들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다. 이마저도 순회사서 지원 사업에 연이어 선정되었을 경우의 이야기다. 이러한 맥락에서 순회사서를 대체할 작은도서관의 상근사서와 공공도서관의 작은 도서관 담당 사서가 배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공공도서관이 작은도서관 업무를 주 업무로 하는 직무를 둔다면 순회사서가 없어도 될 것 같아 요. 작은도서관이 제 기능을 하게 하려면 상근사서가 한 명이 있고, 공공도서관에 그 작은도서관을 담당하는 사서가 있어서 말 그대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참여자 H)

“현재의 순회사서에 대한 인식으로는 창의적인 업무가 어렵고, 사서가 상주하여 도서관 운영과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책임과 권리를 다해야 합니다.”(참여자 L)

일부 참여자들은 상근사서의 필요성을 넘어, 순회사서제도가 상근사서 채용을 막고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작은도서관을 순회사서에 의지해서 꾸리면 상근사서를 뽑지 않게 되니까, 사서 입장에서는 상근사서를 많이 뽑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순회사서가 너무 활성화되면 상근사서의 비율이 적어질 수밖에 없어요.”(참여자 E)

반면, 다수의 참여자들은 상근사서의 필요성 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상근사서의 배치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또는 상근사서가 배치 된다 하더라도 순회사서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사립작은도서관 같은 경우는 재정상태가 열악한 곳이 상당히 많아서 사서를 상근으로 배치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어차피 재정적으로 2명 이상을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아무래도 순회사서사업은 계속 진행되는 게 좋다고 봅니다.”(참여자 C)

“차차 순회사서가 축소가 되면 좋겠지만 현재로 서는 인력 활용을 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상근사서가 기본으로 되어있는 곳에 순회 사서가 가면 그건 정말 좋은 거죠.”(참여자 Q)

궁극적으로 상근사서의 배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관리하고 소통해야 할 작은도서관의 수적 증가를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순회사서제도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상의 면담조사를 통해, 본 연구는 순회사서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해보았다. 순회사서에 대한 낮은 인식으로부터 시작된 문제는 연속성 없는 사업 시행을 통해, 순회사서의 고용불안 정으로 인한 사기 저하, 규정 및 지침의 미비로 인한 통일성의 부재, 소속의 모호함으로 인한 업무 부담 등의 문제로 증폭되고 있었다. 심지어 일부 참여들로부터 “이런 방식으로 운영할 거라면 차라리 제도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참여자 N)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순회사서제도는 당장이라도 폐지되어야 할 제도로 판단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산적한 문제와 비판의 다른 한편에서는 순회사서의 순기능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있었다. 대부분의 면담 참여자들은 순회사서의 긍정적 역할을 부정하지 않았으며, 다수는 순회사서의 도움에 큰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특히, 공공도서관과의 협력과 업무조율에서(참여자 A), 전문적 역량이 필요했던 업무에서(참여자 O), 그리고 지역 행사 진행에(참여자 B) 발휘된 순회사서의 노력과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다음에서는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순회사서제도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가 제안하는 순회사서제도 개선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순회사서제도의 연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행 순회사서 지원 사업은 1년 단위의 단기 사업으로, 주관기관이 빈번히 변경되고, 해마다 시행도서관이 새롭게 지정되는 등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면담을 통해 확인하였듯이, 순회사서사업의 모든 문제들은 사업의 불안정성, 비연속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채 1년이 안 되는 기간을 지원하고는 단절하는 방식은 지원했던 1년의 시간마저 수포로 만들어버리며, 사업을 원점으로 다시 되돌린다. 따라서 순회사서사업은 최소 2년 이상 지속적으로 시행이 가능한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하며, 성공적으로 순회사서사업을 이끈 경우, 적정한 재평가를 거쳐 그 이상의 기간으로 사업이 연장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

둘째, 순회사서의 고용안정이 확보되어야 한다. 순회사서의 고용안정은 앞서 논한 순회사 서사업의 연속성 보장과 직결되어 있다. 순회 사서의 고용안정 확보는 순회사서제도의 성과와 경험을 축적하고 유지, 발전시켜나가는 데있어 핵심적 과제라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10개월의 임시 계약직으로 순회사서를 선발하는 방식은 중단되어야 하며, 정규직 또는 최소한 무기 계약직으로 고용을 안정화시켜주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개별 공공도서관이 해당 지역의 작은도서관을 위한 순회사서를 채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재정적 부담으로 또는 사업의 비연속성으로 개별 도서관 차원의 고용이 불가하다면, 국가 또는 광역 단위의 기관 등이 순회사서를 채용하여 공공도서관으로 파견하는 방식도 적극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부 시⋅도 및 자치구가 순회사서 사업과 별도로, 순회사서를 채용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순회사서 업무 체계가 정비되어야 한다. 앞선 면담을 통해 확인하였듯이, 순회사서의 업무 체계 정비를 위해서는 순회사서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한 업무 규정과 지침을 마련 하고 순회사서의 소속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순회사서는 명확한 규정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순회사서의 업무 역할과 영역이 불분명해진 탓에, 때론 시행도서관의 인력 보충을 위해 동원되기도 한다. 순회사서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순회사서의 업무에 관한 규정과 구체적 지침이 필요하다. 현재의 순회사서제도는 대부 분의 업무를 개인의 역량에 맡기고 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순회사서는 필요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불필요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구체 적이고 정확한 지침이 마련된다면, 순회사서가 자신이 관할할 작은도서관의 현황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업무를 중단 없이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적지 않은 업무량으로 인해 일주일에 한차례 이상 동일한 작은도서관을 방문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규정과 지침을 통한 효율적인 업무 수행은 순회사서 사업 전체의 성패와도 직결된다.

순회사서 업무 체계 정비를 위한 다음 과제는 순회사서의 업무 보고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다. 작은도서관 운영에는 관할 공공기관, 위탁운영기관, 자원봉사자단체 등 다양한 기관과 단체의 개입이 있다. 거기에 순회사서는 순회 사서사업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재단, 순회사서를 채용하는 시행도서관, 순회사서가 근무하는 작은도서관 운영자, 작은도서관의 관리를 맡은 구청 등 복잡한 조직구조 안에 놓이게 된다. 일관된 계층적 지도, 감독체계가 자리 잡기 어렵다. 복수의 기관과 단체가 서로 자기 관할을 따지며 업무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는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하고, 문제 개선을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문제를 낳는다.

시행도서관은 순회사서에게 직무의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재량권을 부여하여야 한다. 시행 도서관은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들 사이에서 순회사서가 유연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며, 타기관과 협의 창구로서, 불필요한 간섭으로부터 순회사서와 순회사서의 업무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업무 체계가 규정과 지침으로 명문화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넷째, 순회사서를 대상으로 하는 지속적 실무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실무교육은 사업 기간 초기에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계약기간 중간에 새로 고용된 순회사서는 현장에 바로 투입 되고 있다. 또한 실무교육의 내용도 현장성과 구체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앞서 논하였듯이, 작은도서관의 업무와 운영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순회사서에게는 이러한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작은도서관은 KOLAS, KORSYS, 책꽂이, ILUS, 그 외 개별적으로 구입한 프로그램등 도서관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수기로 대출반납을 관리하는 곳까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각 작은도서관이 어떤 도서관프로그램을 사용 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또한 공기관에 업무 보고를 위한 서류 작성 방법, 문화프로그램 진행시에 필요한 절차 등도 교육 과정을 통해 숙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섯째, 순회사서사업에 참여하는 시행도서 관과 작은도서관의 점검체계가 필요하다. 면담을 통해, 일부 시행도서관이 자관의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순회사서제도를 악용하거나, 순회사서의 직무 수행을 방해하고, 방치하는 작은도서관의 행태를 묵인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순회사서사업 주관기관은 관리감독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여야 하며, 시행도 서관은 순회사서의 직무 수행 상 문제점을 상시 적으로 살펴야 한다.

여섯째, 각 지방자치단체는 순회사서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작은도서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순회사서사업에 참여하여 성과를 이루었다면, 중앙정부의 보조 사업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순회사서제 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고, 나아가 상근사서를 고용해야 한다. 순회사서사업에 참여한 서울지역 자치구 중 꾸준히 참여한 시행 도서관이 적다는 것은, 예산이 중단되면 순회사서가 이루어낸 성과나 그 필요성에 상관없이 순회사서제도의 운영을 종료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용자와의 소통을 주 업무로 하는 사서는 단기간 고용을 피해야 하는 직군이다. 순회사서의 성과와 필요성을 확인하였다면, 이제는 순회사서직을 전담하는 상근사서를 중심으로 하는 도서관 활성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도서관 생태계에서 순회사서가 맡은 역할은 상당기간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 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순회사서의 역할에 대한 요구 때문이다. 반드시 순회사서라 불리지 않아 도 좋을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현재 작은도서 관이 본연의 도서관으로 기능하고 유지되는 데 순회사서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순회사서제도가 작은 도서관 업무 지원과 협력체계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작은도서관을 지원하는 현실적인 방안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본 연구는 면담조사를 통해 순회사서가 작은도서관과 공공도서관 간 소통의 창구이자 작은도서관의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순회사서제도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운영방식상의 문제로 인해 직업으로서의 순회 사서는 사서들에게서 기피되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과제는 순회사서제도 운영상의 문제점에 대한 실질적 개선책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 그리고 순회사서로 명명된 역할의 본질에 대해 도서관 생태계의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성찰하는 일이 다. 본 연구가 순회사서와 그 운영방식에 대한 발전적 논의의 작은 한 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