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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다른 이름, ‘순수’ 혹은 ‘관능’ -황순원 <소나기>와 고영남 <소나기>를 대상으로

Lee Su-hyun 1

1동아방송예술대학

Accredited

ABSTRACT

문화산업시대에서 하나의 이야기는 매체가 달라짐에 따라 이전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할 수 있다. 소설을 영화로 각색할 때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매체가 달라지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황순원의 <소나기>와 이를 각색한 고영남의 영화 <소나기>를 비교 분석하였다. 황순원의 <소나기>는 간결한 문체에서 비롯되는 여백의 미(美)를 통해 서정성을 확보한다. 또한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소년을 중심으로 입사제의 식 성장소설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소설 <소나기>에 나타난 서정적 분위기는 고영남의 <소나기>에서 관능적 분위기로 전환된다. 영화는 석이(소년)와 연이(소녀)의 캐릭터를 변형시키고 석이의 시점쇼트를 통해 연이를 관능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정신적ㆍ내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원작과 달리 영화가 성적ㆍ육체적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연이와의 육체적 접촉에 대한 석이의 반응을 부각시키는데, 이는 연이의 관능적 이미지와 더불어 영화의 분위기를 에로틱하게 만든다. 영화 <소나기>에 나타난 관능적 분위기와 성적 요소의 강화가 원작을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술이면서 또 산업이기도 한 영화는 대중성과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화 <소나기>에 나타난 관능적인 화면 연출은 ‘보고자’ 하는 대중의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영남의 <소나기>가 상영되었던 1979년은 군부독재라는 암울한 시기에서 관객이 일명 ‘호스티스’ 영화에 심취해 있을 시기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관객의 기대심리 속에서 영화 <소나기>는 미성년기에 있는 소년의 성적 욕망을 다루고 있다. 소설 <소나기>가 서정적 분위기 속에서 순수한 첫사랑의 추억을 환기한다면, 영화 <소나기>는 관능적 분위기 속에서 첫 경험의 강렬함을 표현한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가 원작과 달리 독자적인 미학을 구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연이가 석이라는 남성의 시각으로 대상화되어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문제라고 할 만하다. 석이의 육체적 성장과정 속에서 성적 욕망을 일깨우는 대상이 연이라는 것은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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