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센과 더불어 현대드라미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트린드베리히가 20세기 서구 드라마에 끼친 영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현대드라마에 끼친 그의 가장 큰 공헌은 인간 심리속의 비이성적 또는 무의식적 요소들을 연극형태로 변화 시키어 연극 수단으로 이를 직접적으로 재현한 점이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은 소위 표현주의 연극의 시조로 볼 수 있으며, 꿈의 형태에 가까운 자유스런 형식의 이 상징극은 20세기 연극의 방향을 바꾼 중요한 작품이다.
자연주의 극작가로 스트린드베리히의 명성이 국제적으로 알려질 즈음 그는 그의 인생에서 최악의 시기인 소위 ‘Inferno Crisis’에 들어서게된다. 심한 정서불안 가운데 여인에 대한 증오와 공포, 악마, 초자연적 마술과 혼합된 과학에 대한 열정, 모든 사물의 근원을 캐고 싶어하는 욕망, 연금술 실험, 접신론 등 그가 보여 준 광적인 집착과 다양한 실험정신은 지칠줄을 몰랐다.
Inferno 시기가 지나고 다시 무대를 위해 쓴 그의 첫 작품은 상징성이 강한「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이다. 20세기의 체험을 대변하듯, 스트린드베리히의 작품 전체에 베어 있는 인생의 허무감과 무서운 고독감이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깊이 깔려있다. 자연주의 극에서 상징주의극으로 옮아가는 일련의 그의 극들은 종교적 신앙에서 구원을 찾고자한 그의 심리적 관심을 표출한 것이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도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바울처럼 스트린드베리히도 그의 체험을 종교적으로 풀이하고 싶어했다.
이 엣세이는 구원을 목마르게 찾아다니는 작중 인물의 고난 과정과 작가 스트린드베리히의 고통스런 인생 체험의 일치를 다루고있다. 삶의 고통에서 해방하여 구원을 얻고 싶어하는 작가의 끊임없는 갈망을 주인공 이방인(the Stranger)의 여정을 통해 살피고 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스트린드베리히는 특히 주인공의 영혼의 내면을 들추어 개인의 감추어진 동기와 공포를 탐색하고 있다. 원초적인 힘을 통해 꿈과 악몽의 세계를 창조하면서 사실주의 형식을 완전히 벗어나서 표현주의 형식으로 20세기를 특징짓는 우울하고 불건전한 병적인 절망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작가의 아버지가 보여 주었던 무관심, 어머니의 죽음, 어려웠던 학교생활, 작가로서의 좌절감, 불행한 결혼, 경제적 궁핍 등의 비관적 삶이 이 극 속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이중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는 이 극은 바로 스트린드베리히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신에 대한 반항아이며 동시에 신의 고통받는 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가의 이런 이중성은 그가 오래 전부터 관심을 보인 종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삼부작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의 세 부분은 각각 특징을 지닌 독립적인 극이지만, 구원을 갈망하고 이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