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n Journal of School Psychology 2023 KCI Impact Factor :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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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SN : 1738-463X / eISSN : 2734-0112
- https://journal.kci.go.kr/schooljr
pISSN : 1738-463X / eISSN : 2734-0112
A Voyage Getting Through a Storm: Experiences of Mothers to School Violence
1고려사이버대학교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선행연구들은 피해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하였다. 여러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피해자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아존중감이 낮고, 소극적이며, 사회성 기술이 부족하였다
선행연구들에 의해 피해자의 부정적 특성이 파악된 후에는 피해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시행되었다. 학교 폭력 피해자를 돕는 프로그램들
보다 최근에는 학교폭력 피해자 환경의 변화를 통한 도움을 주기 위한 노력으로 학교폭력에 미친 부모의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수행 되었다. 부모의 잘못된 훈육양식은 자녀가 학교폭력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으로 제시되었다. 부모가 사회적 상황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 자녀는 사회적 판단기준을 내면화하지 못하였고, 문제해결 능력을 발달시키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또래 관계에서 자신을 나약하게 보이게 하고 또래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하여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위험 요인과 더불어 보호 요인으로서의 부모의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수행되었으며, 부모-자녀 간의 안정적인 애착관계는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낮추거나 피해에서 보다 빨리 회복하도록 돕는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부모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자녀는 학교생활에서 안정감을 가질 수 있어 대인관계에 잘 적응하여 피해학생이 될 가능성이 적었다
부모의 영향을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의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으로 개념화한 선행연구들이 수행되기는 하였지만, 아직까지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피해학생 부모의 경험에 대한 연구는 미진하다. 선행연구들은 피해학생 부모의 특성이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자녀의 피해 경험이 부모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경우, 부모는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며,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어떤 도움이 필요했는지를 밝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자녀 양육 및 교육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어머니가 지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어머니의 학교폭력과 관련된 경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어머니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자녀에게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제공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어머니들은 어머니 폴리스, 녹색어머니회 등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에 이미 참여하고 있어 학교 요인으로까지도 확대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에, 학교폭력 연구에서 중요한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학교폭력 피해 극복 학생 어머니의 경험을 현상학적인 분석을 통해 접근하고자 하였다. 선행연구가 미진한 현 시점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자 어머니의 생활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는 질적 연구 방법이 적절하다. 현상학적 연구는 인간 경험의 기술(description)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경험의 의미를 밝히고자 하는 귀납적, 기술적 연구방법이며, 하나의 개념이나 현상에 대한 여러 개인들의 체험의 의미를 기술한다
연구 참여자의 표집은 연구자가 연구하려는 내용과 관련하여 깊이 있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사례들을 의도적으로 선정하는 목적적 표집방법을 활용하였다. 연구 참여자 선정 기준은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 사건이 1년 이상 전에, 그러나 5년 미만 전에 일어난 것으로 한정하였다. 또한 현재 자녀가 학교폭력을 경험하고 있지 않아야 했으며, 심한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 정서나 학교 거부와 같은 부정적 행동적 결과를 경험하고 있지 않아야 했다. 학교폭력 피해 사건 후 1년 정도 경과하고 현재 학교 적응에 문제를 보이지 않아야 자녀가 피해를 극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자녀가 피해를 극복했다고 믿는 어머니들이 연구에 참여할 것으로 여겨졌다. 또한 어머니들의 생생한 기억을 담기 위해서 학교 폭력 사건이 5년 이전에 일어난 경우에는 연구 참여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연구 참여자 모집은 일차적으로는 연구자가 강사로 진행한 상담관련 특강에서 본 연구의 취지를 이야기하였고, 특강 수강생 중 직접 참여한 경우와, 지인을 소개해 준 경우가 있었다. 이차적으로는 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상담원들에게 연구 참여자를 소개받았다. 모두 9명의 연구 참여자를 면접하였으나, 한 어머니는 면접을 통해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로부터 충분히 극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연구 참여 결정을 번복하였다. 면접 축어록을 검토한 후에 자신의 분노 감정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 부담을 느낀 어머니와 비밀이 보장되지 않을 것을 걱정한 어머니도 연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최종적으로 본 연구에는 학교폭력 사건 피해 극복 학생 어머니 6명이 참여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의 연령은 39세 이상 44세 이하였으며, 거주지는 서울, 경기도, 경상도에 분포하였다. 어머니들은 모두 결혼한 상태였고, 남편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으며, 모두 대학을 졸업하였다. 다섯 어머니는 전업주부였으며, 한 명은 직업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피해 자녀는 여학생이 2명, 남학생이 4명이었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 자녀 4명, 중학교 자녀 2명이었다. 6명의 어머니 중2명의 어머니는 학교의 공식적인 개입을 경험하였지만, 3명의 어머니는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학교의 개입이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연구자는 윤리적 측면을 고려하여 면접 시작 전에 연구 참여자에게 연구 목적, 자료 수집에 소요되는 시간과 과정, 면접 내용의 비밀보장 등을 설명하고 연구 참여 및 면접 녹음에 대한 동의서를 받았다. 또한 연구 과정 중 어느 시점에라도 연구에 참여할 의사에 변경이 생기면 연구 참여를 거부할 수 있음을 밝혔다.
연구 결과에 포함된 여섯 명의 참여자 중 두 명은 연구자가 직접만나 면접하였고, 네 명은 전화로 면접하였다. 각 면담은 70분에서 1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자료 수집 기간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4월까지였다. 면접은 “자녀가 경험하였던 학교에서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라는 일반적인 질문으로 시작하였고, “그 상황과 관련된 어머니의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라는 질문을 통해 본 연구의 주제인 어머니의 경험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어머니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더 풍부한 기술을 이끌어내기 위해 후속질문을 하면서 융통성 있게 비구조화된 면접을 진행하였다.면접 중 중요 내용이나 참여자의 비언어적 의사소통, 면접 분위기, 면접 전‧후 등에서 나타나는 특기할만한 사항은 기록되었다. 면접 녹음 파일을 석사 과정 학생이 일차 전사하였고 연구자가 테이프를 들으면서 전사내용을 검토하여 누락되거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였다.
연구 참여자의 비밀 보장을 위하여 면접 녹음 파일에 번호를 부여하여 저장하였다. 또한 녹음 내용은 빠짐없이 기록하되 축어록상에 드러난 연구 참여자의 개인 정보는 모두 삭제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면접 축어록을 검토하고, 자신의 신상이 드러날 만한 내용이 있다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본 연구는
연구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는 면접 축어록을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연구 결과가 연구 참여자의 진술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였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 자신의 선 이해를 검토하고 편견에 대한 철저한 괄호 치기를 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이 면접 축어록과 연구결과를 평가하도록 하였으며, 연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동료 연구자로부터 여러 차례 피드백을 받았다.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의 자녀들이 경험한 학교폭력 사건은 제각기 달랐다. 학교폭력이 일어난 시점도 학년 초에서부터 학년 말까지 다양했으며, 자녀의 성별과 연령에 따른 차이뿐 아니라, 자녀와 가해자의 특성, 담임교사의 개입 정도에 따라 사건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본 연구의 주요 초점은 어머니의 경험이지만 자녀가 경험한 학교폭력 사건은 어머니 경험의 맥락으로서 중요하여
학교폭력 피해를 극복한 자녀를 가진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들 경험의 본질과 의미를 탐색한 결과, 127개의 의미단위, 20개의 하위 구성요소, 7개의 구성요소를 도출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신문과 방송 보도 속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자살하는 아이들까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이들은 ‘신문에서는 많이 봤지만, 설마 내 아이가 당할 줄’은 몰랐다고 진술하였다. 예상하지 않은 가운데 만나게 된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은 바다 위에서 풍랑을 만난 것과 같은 위기 상황이었다.
풍랑을 만난 어머니들은 인지적 혼란을 경험하였다. 어머니들 모두는 가해자가 자녀를 괴롭히는 이유를 알고 싶어 하였고, 자녀가 괴롭힘을 당하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하여 답답함을 느꼈다. 본인이 직접 경험하는 괴롭힘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또한 피해자인 자녀도 자신이 왜 괴롭힘을 당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래 학생들이 자녀를 괴롭히는 이유가 자녀의 어떤 행동이나 특성 때문이고 그 이유를 알아야 자녀를 교육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학교폭력의 원인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어머니들은 피해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였다.
“학부모가 학교생활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들어서 아는 거잖아요.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에요. 그래서 애들을 불러서 물어보면 뚜렷한 이유가 없어요. 애를 미워하는데 이유 없이 무작정이에요. 그냥 이유 없이 그냥 미운 거죠. 무작정.” (어머니 3)
괴롭힘을 당하는 이유가 명확해지지 않자, 어머니들은 피해의 이유를 자녀에게서 찾으며 자녀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어머니들은 자신의 분석 결과에 맞추어 자녀를 교정하려 시도했지만, 자녀와의 관계만 악화되었다. 어머니1의 경우에는 친했던 친구가 가해자로 변한 경우라서, 딸이 무엇인가 가해자에게 실수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자녀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어머니들은 가해자가 괴롭히는 이유가 내 자녀에게 있다는 생각에 아이의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지지해 주거나, 아이 편이 되어 가해자에 대한 정서를 공감해 주지 못하였다. 회상해 보니, 적어도 어머니인 자신만이라도 자녀의 편이 되어 주었더라면 초기 어려움이 빨리 지나갔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때는 애한테 문제를 찾게 되잖아요. 애가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애 단점을 자꾸 찾게 되고, (가해자와) 사이가 너무 좋았는데, 뭐가 안 좋았나 모르겠어요.” (어머니 1)
가해자가 자녀를 괴롭히는 이유를 알고자 하였던 어머니들은 가해자의 특성 역시 분석하였다. 어머니들의 가해자 분석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가해자의 가정 배경의 부정적인 특성이었다. 어머니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해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일치하지 않은 특성을 접하게 되어 놀라기도 하였다. 어머니 4는 가해자가 괴롭히는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아야 가해자를 도울 수 있고, 미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유를 알고자 하였다.
“그 아이도 가정에 엄마도 그렇고, 좀 건강하지 못한 가정이더라고요, 보니까. 여동생이 있고, 엄마가 재혼한 거 같아요. 재혼해서 어린 아이가 하나 있고. 분노가 있는 아이더라구요” (어머니 4)
“아이러니한 거는 괴롭히는 아이들이 노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모범생 이런 애들 이었거든요. 공부 굉장히 잘하고요. 전교 1등 하는 아이도. 그 집 부모랑 직접 통화를 했더니 오히려 부모가 내 자식이 무슨 잘못이냐. 애들이 크면서 그럴 수도 있는거지 이런 식으로. 가정환경도 괜찮은 아이들이고, 교사들한테 모범생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인데도 불구하고, 뒤로 가서는 그게 아니더라구요.” (어머니 6)
괴롭힘을 당하는 자녀는 학교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어머니에게 묻고, 어머니는 조언을 하였다. 어머니들은 다른 아이들은 폭력을 사용해도 자녀에게 ‘너는 참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렇다고 같이 욕을 하고 다니라고 그럴 수 없잖아요.’라고 말을 하던 어머니는 괴롭힘이 계속되고, 자녀가 괴로워하자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얘기하게 되었다.
“그냥 우리 아들한테 교육시킨 거는 남들이 그렇게 하면 너는 참아라 그렇게 가르쳤던 거거든요. 근데 제가 컸던 환경과는 다른 거에요. 니가 참아라 그냥 좋게 해결하라 했는데, 이게 좋게 참으려고 하니까, 아이들이 착각을 해요. 내 아이를 우습게 보는 거에요. 그래서 애들 모아놓고, 회의를 한 게, 우리가 너희한테 여지껏 그렇게 가르쳤는데, 지금은 엄마 시대하고 다른 거 같애. 이제는 너희가 마음껏 반응을 해. 참지 마 이랬어요.” (어머니 6)
어머니들은 자녀를 괴롭힌 가해자에게 분노하였다. 가해자와 친분이 있었던 어머니들은 본인이 가해자에게 호의를 베푼 적이 많기 때문에 배신감을 느꼈다.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크기는 하지만, 어머니들이 가해자들로부터 바랐던 것은 진심어린 사과였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진심 없는 사과를 받으면서, 어머니들은 다시 한 번 분노를 경험하였다.
“예, 잠을 못 잘 만큼, 눈 뜨면 계속 톡이 오는 거에요. 어떻게 말을 할 수 없고,심지어는 그렇게까지, 너의 엄마, 아빠가 그렇게 교육을 시키냐. 자식 교육을 받고 와라. 말끝마다 욕이에요. **이가 마음 다친 거를 생각하면 솔직히 말하면 부들부들 떨려요. 나름 진정하고 인터뷰 시작했는데도 부들부들 떨려요. 손발이 덜덜 떨리고. 너무 화가 났었어요.” (어머니 4)
어머니들은 자녀의 괴롭힘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저지하지 않거나 저지하지 못한 교사에게 화가 났다. 담임교사를 찾아가 이야기를 할 때는 교사가 괴롭힘을 막아주기를 기대하였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내 아이의 상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 처벌 등의 행정처리에만 관심을 보여, 그 기대는 좌절되었다.담임교사가 자녀를 이상한 아이로 보고, 내아이에게 애정이 없다는 것을 직면하게 되어,실망하였다. 또한 담임교사는 아이뿐만 아니라 양육자인 어머니도 ‘문제 부모’로 간주하였고, 교사의 이런 태도는 어머니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어머니들은 괴롭힘을 당하는 자녀에게도 짜증이 났다. 자녀가 원만한 교우관계를 맺을것이라는 기대가 충족되지 않고, 그 이유가 아이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또 괴롭더라도 자녀가 강하게 그 상황을 견뎌주기 를 바랬고, 강하게 버텨주지 않는 자녀에게 실망하였다.
“제가 아무리 이 상황을 가르쳐 준다고, 저는 화가 나죠. 엄마 입장에서는 애가 오면 저는 무조건 화가 나는 거에요. 감정이 상해서 오면, 애한테만 초점을, 그러니까, 악순환이 계속된 거 같아요. 뭔가 감정 읽어주고, 그래야 하는데, 자체를 모르겠는 거에요. 누구한테 당하고 오면 얼마나 속상할까, 속상함이 같이. 확, 저는 속상한 거를 다른데서 풀어야 되는데, 애한테 푼거야. 너가 잘못했어, 왜 너는 그렇게 행동하고 다니는 거야.” (어머니 3)
어머니는 자신의 ‘무심했던’ 태도에 대한 자책감을 느꼈다. 아이들은 피해 사건 후 바로 어머니에게 피해 사실을 말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어머니 2의 경우에는 아들이 괴롭힘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2주가 걸렸다. 괴롭힘을 당한 사건을 말해주기 전에 ‘학교에 가기 싫다’ 그리고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탈모가 왔다’ 등의 말을 아들이 하였지만, ‘학교 안 가면 뭐 하게?’ 등으로 가볍게 넘겼다. 어머니들은 자신의 무심했던 태도뿐만 아니라, ‘내가 이제까지 아이를 잘못 키워서 그런가?’ 라는 죄책감을 느꼈다. 특히 교사가 자녀의 괴롭힘 원인을 어머니에게서 찾을 때 분노하면서 동시에 죄책감을 느꼈다.
“아이의 말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도 정말 예의주시해야 하더라구요. 엄마 학교 재미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아. 웃으면서 하는 얘기인데도 아, 너가 요즘 재미가 없나보다, 그 말에 원인이 있었던 거에요. 애가 무심코 하는 얘기를 흘려보내면 안 되는 거더라구요. 그냥 건성으로 듣는 경우도 있는데 신경 써서 들어야 되더라구요. (가해자한테 맞고 나서) 1-2주 지난 거 같아요. 얘기를 안 하다가, 얘기를 안 했어요. 아이가 학원을 다니는데 엄마가 같이 걸어가 줄게. 데이트처럼.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얘기가 나왔어요. 그것도 그런 일이 있었어. 왜 얘기 안 했어 하니까, 무서웠다, 그러더라구요.” (어머니 4)
망망대해에서 풍랑을 만난 배처럼, 어머니들은 이 풍랑을 자신이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주변에서 심리적으로 지지해 주더라도,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녀의 피해를 중단시키는 것을 어머니의 몫으로 받아들었다. 학교를 방문한 후에는 ‘담임에게 기댈게 아니구나. 결국 나와 아이의 문제구나.’ 라며 현실을 수용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가해자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고, 학교에서의 학교 폭력을 중단시키는 개입을 직접 하거나, 학교에 개입을 요청하였다. 괴롭힘이 중단될 때까지 등하교 시간에 어머니가 자녀와 동반하였고, 학교 안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친구들과 같이 있도록 하였다.
가해자의 어머니와 이미 안면이나 교류가 있었던 피해자 어머니는 가해자 어머니에게 연락하여 집적 사건의 중재를 진행하였다. 예를 들면, 어머니 1은 자녀가 원래 단짝이던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였기 때문에, 가해자 어머니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가해학생이 자녀에게 사과를 하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피해자 어머니가 연락을 하면, 가해자 어머니들은 자기 자녀의 가해 사실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카카오톡 등의 욕설 등 증거가 확실해지면 가해자 어머니들은 자녀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도록 하였다.
가해자 어머니에게 직접 연락을 할 수 없었던 어머니들은 담임교사에게 괴롭힘이 중단될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대부분의 교사는 어머니의 요청을 ‘오버’라고 일축하였지만, 어머니의 요청이 강력한 요구 형태로 제시된 경우, 담임교사가 보호 조치를 수행하였다.
“선생님이 해결해주지 못하면 교장선생님하고 상담을 하던지 아니면, 교육청에 가서 나름 해결해보겠다 그랬더니. 알겠대요. 제가 선생님한테 얘기를 한 게, **이가 상처를 받았는데 불안해하면 학교 측에서는 피해자를 위해서 뭘 하고 있는지 보여달라고, 그 믿음을 달라고. 피해자에게 해주는 게 없는 거에요. 애가 괜찮아 질 때까지 피해자 같은 경우는 스스로 알아보고 스스로 대처해야 할 거 같더라구요.” (어머니 4)
괴롭힘이 중단되지 않거나 자녀가 새로운 환경을 원한 경우 피해자가 전학을 갔고, 어머니는 전학 절차를 밟았다. 행정적으로는 주소지를 옮기지 않으면 전학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자녀를 지금 학교에 더 이상 보낼 수 없다’는 어머니의 호소는 주소지를 옮기지 않은 전학을 성공시켰다.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혹은 당한 상처를 가진 자녀의 안정과 회복을 위해서 어머니들은 다양한 역할과 전략을 활용하였다. 초기에는 괴롭힘의 원인을 자녀에게서 찾으려 하여 자녀와의 갈등을 경험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태도가 자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자녀를 돕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였다. 자신의 부정적인 정서를 잠시 접어두고, 자녀를 믿어주고 자녀의 편이 되어주기로 결심하였다. 그리고 자녀의 정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어머니의 변화된 태도는 실제로 자녀의 정서를 안정시켰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제가 안아주기 시작한 거에요. 너는 괜찮다고, 바꾸게 된 거에요. 그러니까 애가 밝아지더라고요. 아이를 안아주게 되고, 여전히 그런 상황들은 벌어지는데, 다독이게 되고, 왜냐하면 쟤는 풀 곳이 필요하잖아요. 밖에서 힘든데 집에서 풀어야 되는데, 근데 집에서 그래 이 상황은 아니고 이런데, 이건데, 안아주니까, 애가 조금 마음이 풀리잖아요. 마음이 편하니까 학교 가서도 생활이 편해지니까 크는 거에요. 아 이게 다는 아니구나,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구나.” (어머니 3)
“모든 아이가 다 사회성이 좋을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다 사회생활을 잘 하고. 우리 아이는 그런 거를 잘 못하는 아이라고 인정을 하자. 남들은 한 번 두 번이면 되는데, 우리 애는 백번 연습해야 되니까. 힘들지만 포기하지 말자. 수학을 못하는 거면 다른 애들은 한 번 읽고 이해가 되는데. 친구 사귀는데 여러 번 연습해야 하고, 시행착오도 많고. 내가 기대하는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어머니 5)
자녀를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어머니들은 아동‧청소년 심리 및 학교폭력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또 부모교육 훈련 등의 특강을 수강하거나, 자녀 감성 코칭등의 동영상 특강도 수강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어머니와 자녀의 신뢰로운 관계를 재형성하는데, 그리고 교폭력이라는 공동의 과제를 헤쳐 나갈 정서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었어요. 일단 서점에 가서 뒤져 보고, 아이한테 괜찮을 거.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거 읽어보고. 거기에 대해 적용할 만한. 다 맞는 건 아니고요. 내 아이한테 이것저것 맞는 거 같은 거를. 제가 아이한테 적용하는 거죠. 이건 괜찮다 싶으면 그랬던 거 같아요.” (어머니 6)
“감정코칭 교육을 받았어요. 그거를 좀 써먹어 봤어요. 온라인 교육이긴 했는데, 그거를 틀어놓고, 다 같이 가족이 했어요. 애기 아빠도 보고. 감정코칭 받고 그때부터 제가 무조건 편들어 주자.” (어머니 5)
하지만 어머니들은 학교폭력 관련 서적들의 내용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어떤 책은 이론적 설명과 연구물들을 소개하고 있어, 자녀에게 어떻게 대처하면 되는지를 조언해 주기 위한 내용을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학교폭력에 대한 대응책을 소개한 번역서들의 내용은 외국의 학교가 강하게 학교폭력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상황에는 적용되기 어려웠다.
어머니는 자녀의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머니들은 자녀가 가해자에 대한 욕이나 분노 표현을 일기장과 보드에 쓰도록 하였다. 이 작업이 치유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하였다. 어머니 6은 음악치료에 관한 책을 접하게 되었고, 평소 성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아들에게 성악 레슨을 받게 하였다. 그리고 2년 정도 성악 레슨을 받았고, ‘정서적으로 좋아지는’ 경험을 하였다.
어머니들은 전문상담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한 경우에 만족도가 낮았다. 어머니들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자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자녀가 상담을 받도록 하지는 않았다. 어머니 4의 자녀의 경우에는 가해자가 자녀의 Wee 클래스 방문을 알고 본격적으로 공격을 한 경우라서, 상담 자체에 회의적이었다. 상담을 받으려고 시도하였던 어머니 6은 상담이 자녀에게 효과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3개월 후에 상담을 종결하였다. 어머니 5는 개업 상담소를 방문하였는데, 상담자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자녀의 어려움이 ‘어머니의 잘못된 양육 태도’ 라는 진단을 받고 상담을 받지 않기로 결심하였다.
“한 번 고민을 한 적은 있는데, 구에서 하는 청소년상담센터 이번에 한번 가볼까,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근데 선뜻 결정을 못 내리겠는.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았어요. 애가 어떤 성향이고, 그러면서도 애 성향을 한 번 확인시키는 과정이잖아요. 이게 근본적으로 애를 바꿔줄 거 같지는 않았어요. 애를 상담하는 게 내가 알고 있는 애 성향을 한 번 확인시키는 과정일거 같은 생각, 애의 지금 갖고 있는 힘든거가 해결은 안 될 거 같은” (어머니 1)
“(상담자가) 어머님이 이상하세요. 어머님이 이상한 것 같다. 제가 흥분 상태에서 말을 막 쏟아냈던 거 같아요. 선생님들이 공감을 먼저 해주셨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 키워서 애가 괴롭힘을 당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어머니 6)
어머니들은 심정적으로 혼자 이 상황을 ‘고군분투’하며 헤쳐 나갔다고 인식하였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였지만, 어디에서 도움을 구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주변인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정서적 지지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사건 해결의 도움이나 어머니가 해야 할 행동 지침 등을 받을 수 없었다. 한 어머니는 기도를 하며 신앙의 힘으로 이 시기를 혼자 버텨냈다고 진술하였다.
“도움을 받고 싶은데, 내가 어디다가 언제 도움을 구해야 할지, 도움을 청할 데가 전혀 없어요. 이런 일이 있는데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거죠. 그리고 그런 도움을 많이 받고 싶더라구요.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어머니 4)
어머니들은 친정 가족과 가까운 지인에게 심리적 지지를 받았다. ‘남에게 보이기 싫은 사건에서, 속상한 마음을 풀기’ 가장 좋은 대상은 친정 식구들이었다. 또한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라고 말하여도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지인에게는 힘든 마음을 털어놓았다. 어머니 2는 직장 동료에게 심리적 지원을 받았는데, 아들이 전학할 때까지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 직장 동료에게 하소연을 하였던 것으로 기억하였다.
남편들은 자녀의 학교폭력을 중단시키고 자녀가 하루하루 학교에서 피해 상황에 대처하는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였다. 남편들은 자녀를 돕기 위한 시도도 하지만, 자녀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마음만 있고 자녀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기가 어려웠다. 또한 아버지들은 ‘맞지만 말고 너도 때려라’와 ‘선배니까 네가 맞추어 줄 필요가 있다’ 등의 조언을 하였고, 이는 현재 학교폭력에 대처해야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거나, 어머니의 지도 방침과 맞지 않았다.
“아빠도 아이에게 관심이 많아요. 시간이 있을 때는 같이 운동도 하고. 그런데 너무 바빠요. 늦게 들어오고, 출장도 많고. 아이한테 애들을 싸워서 이기면 된다고 하고. 니가 먼저 공격해 봐라. 죽사발을 만들어라. 저는 때리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애를 잘 이해 못하더라고요, 자기 어렸을 때랑 다르니까.” (어머니 5)
하지만 남편들은 아내가 직접적으로 자녀를 돕고 있으며, 학교폭력 상황의 자녀를 돕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해 주었다. 자녀를 돕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경험하는 어려움을 들어주고, 자녀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왔다. 학교폭력 피해가 있기 전보다 남편과의 대화 시간이 길어지고, 전에는 갖지 않았던 부부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어머니들은 진술하였다.
“저희는 2년 반 동안 아이가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말 큰 아이 얘기를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할 것인지, 좋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하지만, 남편이 저를 지지해 주고, 그 일이 있고 나서 오히려 저한테 잘 해 주는 거 같아요. 니가 많이 힘들구나. 그런 소리를 들었어요. 저한테는 힘이 되죠. 이 사람이 나를 되게 인정해 주는 구나. 항상 일찍 오는 날에 데리고 와서 산책하고. 오히려 전에는 그런게 없었어요. 그런 경험하면서 신랑이 저를 바깥으로 끌어내고, 알아서 산책이나 하고 오자 얘기하고, 그러니까 의지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도 나가요. 주말에 애들한테 밥 먹고 둘이 데이트하고 올게 하고.” (어머니 6)
또한 남편들은 어머니가 학교를 방문하여 담임교사에게 자녀의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개입해 달라고 요청할 때 동행하였다. 어머니들의 관찰에 의하면 남편들은 학교폭력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심정적 동요를 크게 느낀 자신들보다 훨씬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하였다
어머니들은 아이 친구들인 주변 어머니에게는 아무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어머니들은 주변 어머니들과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녹색어머니회, 시험 감독, 학부모 운영위원회 등 학교 관련 활동을 함께 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였고, 자녀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친해진 어머니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한 경우도 있었다. 친하지만 도움을 청하지 않은 이유는 ‘소문이 퍼질’ 것을 우려하여서 그리고 주변 어머니들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다른 곳에서 자녀가 힘든 상황을 듣고, 자녀와 어머니 본인 모두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을 것으로 짐작하여 위축된 어머니도 있었다.
“여자 애들 엄마한테 얘기하면 얘기가 돌아요. 남자애들 엄마는 상대방 애를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이런 문자가 왔다라는 얘기를 하죠. 그러면 그 엄마들은 또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엄마들은 애를 키우다 보면 다 치고 받고 그런 일이 있다고 전제를 깔고 있잖아요.” (어머니 1)
“다른 사람한테 우리 아들이 이렇게 왕따를 당하고 힘든데,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쉽지 않아요. 친한 사람이어도 그런 상황이 되면. 아이도 움츠러들지만, 부모도 같이 움츠러들고. 그게 또 뭐가 있냐면은 다른 애들은 그런 상황을 집에 가서 얘기했을 거 아니에요. 내 입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제 3자, 4자가,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요. 한때는 저 사람도 내 아이가 이런 거 알고 있을까, 또래 엄마들, 모르는 엄마들, 확인할 수 없는데, 스스로가 위축이 되니까 열등감이 그니까 그런 식으로 딱 만나서.” (어머니 3)
풍랑이 지난 간 후 바다는 잠잠해졌지만 배에는 풍랑이 남긴 흔적이 남듯이, 어머니들은 ‘아직도 상처가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래도 풍랑이 지나가는 것처럼, 이 사건이 지나갔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였다. 어머니들은 끝날것 같지 않던 어려움이 종결된 것을 문득 알아차리게 되었다.
“저는 부정적인 거라 싫죠. 경험했던 것도 싫죠. 싫은데 뒤돌아보니까 지금 아이가 많이 안정을 찾으니까 저는 마음이 편한 거에요. 이런 걱정을 가끔 해 놓고, 오늘은 무슨 일로 해코지 당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없으니까. 이제 이것도 한때 지나가는 경험이구나 이런 생각이 되더라구요.” (어머니 6)
피해 상황이 종결되어도 어머니들은 처음에는 여전히 불안하였다. 지나가기는 했지만 풍랑이라는 것이 언제 다시 불어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특히 다음 해에 가해자와 같은 반이 될까봐, 그리고 같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상황을 예상하면 불안해졌다. 가해자와 같은 반이 될까봐 걱정하는 아이를 위해 어머니는 담임교사에게 다음 학년에 가해자와 같은 반이 되지 않도록 반 편성을 부탁하였다.아이가 완전히 괜찮아졌다고 느끼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고, 불안으로 인해 여전히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기도 하였다.
“여기서 계속 학교를 6학년까지 다녀야 되고, 중학교도 바로 옆이에요. 애들이 같이 올라가야 되니까, 어떤 사건이 터졌다고 해서 선을 그어줄 수가 없어요. 끊임없이 만나야 되는 인연이잖아요. 어디 전학을 가지 않는 한.” (어머니 1)
어머니들의 불안감은 자녀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으며, 교우 관계도 새롭게 맺고 있다는 실제적인 정보로 인해 조금씩 낮아져 갔다.전학을 간 학교의 그리고 새로운 학년이 되어 만난 담임교사가 아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전해 준 경우도 있었다. 또한 어머니 자신도 점심 시간과 하교 시간에 학교를 방문하여 자녀가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을 확인한 경우도 있었다. 그동안의 모든 과정을 다 아는 친정 식구들도 어머니의 불안이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고 현재 상황에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피드백을 해 주었다.
‘안 겪었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어머니는 이 경험을 통한 자녀의 긍정적인 변화를 인식할 수 있었다. 어머니들은 자녀가 이 사건을 겪으면서 강단이 생겼고, 성숙해 졌다고 인식하였다. 자녀 또한 자신이 ‘성숙해졌다’고 보고하였다. 이런 일을 다시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또 비슷한 일을 경험하게 되어도, 자녀가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자녀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자신을 보완할 수 있는 행동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어머니 1의 자녀는 단짝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한 경우로, 보다 여러 명의 친구들과 교우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어머니 6의 자녀는 괴롭힘이 지속되어서 힘들었다고만 하다가, 어느 날 ‘내가 두려운 마음에 잘 대처하지 못했던 것 같다’라는 성찰을 하기도 하였다.
어머니들은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강해졌고, 자녀를 도우면서 일반적인 유능감이 생성 되었다고 자신의 변화를 보고하였다. 자녀를 돕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 특히 옹호자의 역할을 하게 되면서 자신이 당당하고 유능하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어머니들은 자녀가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면서, 양육자로서의 자신감을 상실하였지만, 자녀가 피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양육자로의 자신감을 다시 회복하였다.
양육자로서의 자신감을 되찾고, 자신의 문제 해결 역량을 실감한 어머니들은 어떤 방향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향후 자신의 삶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어머니들 중에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진로 및 자기 개발을 시작한 사람도 있다. 자녀의 일상을 날마다 점검하다 보니, 또래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청소년들을 돕는 일에 종사하기로 결심하고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였다.
“되게 강해진 것 같아요. 그런 걸 하게 되면 두렵고, 그럴 수 있을까? 그런데 막상 내 아이가, 다 거쳐지는 거 같아요.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없던 자신감도 만들어서 해야 하는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니까 공부를 해서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위해서 상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청소년학과를 간 이유도 제가 한계를 느꼈기 때문에 아이를 케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싶어서. 아이 때문에 입학하게 된 거에요. 아마 그런 게 없었으면 편하게 살았을 수도 있었을 거에요.” (어머니 6)
어머니들은 이 경험을 통해서 가족응집력이 강해졌다고 하였다. 어머니와 자녀의 친밀도가 높아졌다. 자녀는 자신을 힘든 상황에서 견디도록 그리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 어머니를 신뢰하였다. 그리고 어머니와 자녀는 힘든 풍랑을 함께 헤쳐 나왔다는 동지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
또한 어머니들은 자녀와 아버지와의 관계도 돈독해졌음을 관찰하였다. 자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학교를 방문하고, 가해자 처벌에 대한 자녀의 의견을 묻고 존중해 준 모습을 보며, 아버지와의 관계를 새롭게 맺게 되었다. 이러한 관계의 변화는 아버지의 지속적인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가져왔다.
“조금 전화위복 이런 게 있어요. 관계가 돈독해지기도 했어요. 위기가 생기면 뭉치게 되잖아요. 저희 애는 그걸 알아요. 가족밖에 없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가족 밖에 없구나. 애기 아빠가 변한 거는 있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번 일을 겪어서 그런 건지. 애들한테 신경을 쓰려고 하더라고요. 주변에서는 아무도 안 도와줘요. 우리가 돕잖아요. 우리 밖에 없어요.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 가족 밖에 없어요.” (어머니 2)
본 연구는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 극복에 대한 어머니 경험의 일반적 구조 진술을 ‘풍랑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표현하였다. 어머니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당연히 잘 적응하리라고 기대하였으며, 학교폭력은 내 자녀에게는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자녀는 예전과는 달리 무단 하교를 하거나,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의 불쾌한 사건을 보고하였다. 어머니는 이를 가벼이 여겼다. 청소년기의 반항이거나 소심한 행동이라며 오히려 자녀를 나무랐다. 하지만 어느순간 어머니도 자녀의 경험이 명백한 학교폭력 사건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담임교사가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리라는 기대가 좌절되면서, 어머니는 자녀를 보호하고 회복시켜야 하는 책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어머니들은 자녀의 피해를 중단시키고 자녀를 치유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학교, 교사, 가해자에게 자녀의 피해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그 요청으로 피해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전학을 결정하였다. 피해 중단과 더불어 상처 입은 자녀를 다독이고, 자녀가 다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자녀의 상황을 모니터링 하였다. 어머니를 도운 사람들은 남편, 친정 가족, 지인이었으며, 그동안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나왔던 다른 어머니들에게는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이미 다른 어머니들이 자녀의 피해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 피해자인 자녀와 자신이 문제가 있어 피해를 당한다고 여길 것으로 가정하기 때문이었다. 상담자로부터 자녀의 치유에 도움을 받기를 기대하였지만 도리어 상담자로부터 상처를 입은 어머니가 있었다.
힘들기만 했던 기억인 줄 알았는데 학교폭력 피해 사건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어머니들은 자녀의 학교 폭력 피해 극복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던 자녀, 가족 관계, 그리고 자신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녀도 힘든 일을 겪었던 만큼 강인하고 성숙해졌고, 남편들은 자녀 양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가족은 힘든 일을 겪으면서 응집력이 높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녀 회복에 기여한 자신의 역량을 확인하고, 이 역량을 향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어머니에게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 사건은 풍랑과 같이 예기치 않게 다가왔다. 그리고 풍랑 속에서 배가 가라않지 않도록 선원들이 혼신의 노력을 다하듯, 어머니는 혼란 속에서 폭력 피해가 중단되도록 그리고 피해 사건 속에 받은 자녀의 상처를 다독이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풍랑이 지나간 후 선원이 고요해진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남았음을 자각하듯, 자녀의 학교생활 및 교우관계가 정상화되는 것을 보며 어머니는 안도하였다. 선원이 풍랑을 이겨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항해를 계속하듯이, 어머니들은 자신과 가족의 역량이 강화된 것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떤 어머니라고 자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리고 피해를 극복한 자녀를 둔 어머니들도 이 경험이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하지만 자녀도 어머니도 학교폭력 피해속에서 회복되었으며, 회복한 자녀와 자신에게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였다. 자녀와 어머니 모두 학교폭력 생존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의의는 학교폭력 피해 극복 학생 어머니의 경험을 어머니 본인의 목소리로 기술하였다는데 있다. 어머니들의 경험 속에서 나타난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어머니 개인과 가족이 경험한 회복탄력성, 그리고 어머니가 수행한 역할과 학교심리학자의 과제를 중심으로 본 연구의 결과를 논의한다.
어머니들은 학교폭력이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심지어는 피해자가 자살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도를 통해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다. 어머니들이 자신의 자녀에게는 학교폭력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을 낙관적 편견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낙관적 편견이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좀 더 불행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편향되게 지각하는 것이다
학교폭력이 자신의 자녀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편견은 학교폭력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어머니들은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피해자가 자신의 자녀임에도 어머니들은 피해자가 학교폭력의 원인을 제공하였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자녀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를 확인하고, 자녀의 행동을 분석하였다. 어머니들이 찾은 이유는 선행연구들
어머니들은 가해자에 대해서도 선행연구들
어머니들은 자녀의 친구 어머니들과 사건이전에 교류를 해 왔다. 하지만 ‘친한’ 주변 어머니들도 내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면 내 자녀가 또래 아이들에게 미움을 살 짓을 했을 것이라고 평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 예상 때문에 주변 어머니들과 피해자 어머니로서의 경험을 공유하지도 않았고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어머니들의 주변 어머니의 반응에 대한 예상은 이미 기존에 비슷한 대화가 일어났을 때 본인과 주변의 반응에 근거한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학부모들은 학교폭력의 피해자는 ‘피해자가 될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어머니들의 가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재고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며 서로를 포용하는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어머니들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폭력 범죄는 가해자의 공격 성향, 충동성, 긴장이나 불만, 가정환경, 폭력 행동의 학습 등을 원인으로 보는 반면, 학교폭력은 그 원인을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에게 맞추어온 경향이 있다. 피해자가 괴롭힘을 당할만하다고 믿으면 학교폭력은 정당화되고, 주변인은 학교폭력에 대한 책임을 벗게 된다. 교사가 ‘아이들이 장난으로라도 그래서는 안 된다’라고 지도하고, 어머니들이 ‘내 아이도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학교폭력이 중단될 것이다.
어머니들은 면접 과정에서 위기 및 상처로 만 기억하던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의 긍정적인 영향을 발견하였다. 어머니 스스로도 그리고 자녀도 이 사건 경험을 통해서 강인해졌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또한 어머니들은 자녀를 위한 옹호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강점 및 자원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강점과 자원을 살려 청소년을 돕는 분야로의 진로를 모색하는 노력을 시작한 어머니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녀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 속에서 가족의 응집력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인 경험으로 진술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가정은 모두 두 부모 가정이었고, 모두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들의 자녀 양육 및 교육에 참여하는 정도는 제한적이었다. 어머니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버지들은 아이의 양육에 마음이 있어도 절대적으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었다.’ 하지만 자녀들은 학교폭력 피해 상황 속에서 아버지로부터 전폭적으로 지지받는 체험을 하게 된다. 아이가 선택하도록 하였지만, 아버지들은 ‘네가 원한다면 가해자를 고소할 수 있다’ 등의 표현을 통해 아이 뒤에서 전폭적으로 아이를 지지해 줄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겪고 싶지 않았던 일’에서 어머니와 가족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은 회복탄력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위기와 역경, 불확실성, 갈등, 실패 등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할 수 있는 긍정적 심리역량이다
회복탄력성은 학습 가능한 역량이며, 위기중심, 자원중심, 과정중심 전략에 의해 학습될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위기가 기회가 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보여주었으며,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그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 선행연구들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자녀를 위해 상담자, 조언자, 옹호자 역할을 수행하였다. 어머니들이 수행한 역할 중 상담자와 옹호자 역할은 효과적이었던 반면, 조언자로서의 역할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자녀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괴로움을 공감해 주고,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공유하고, 그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 어머니들의 상담자 역할로 인해 자녀들은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또한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에게 연락하여 사과를 받아내고, 등하교 길에 자녀와 동행하며, 전학 수속 등을 밟은 옹호자의 역할은 자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였다.
어머니들은 자녀에게 ‘가해자와는 달리 참아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하지만 어머니들의 조언은 어머니가 학생이었던 시대에는 적절한 것이었을 수 있지만, 현재 자녀들이 생활하는 학교와 또래 상황에서는 효율적이지 않았다. 어머니의 조언대로 참았지만 지속적으로 가해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자, 어머니는 자신의 조언을 번복하고, 자녀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을 창안하였다. 많은 선행 연구들이 어머니들이 자녀를 과보호하여 자녀가 괴롭힘을 당하게 되거나, 자녀가 피해 경험을 하게 되면 어머니들이 자녀를 과보호 하게 된다고 하였다
본 연구 결과로 얻은 어머니가 자녀의 학교 폭력 피해 상황과 극복 과정에서 수행한 역할은 학부모 교육의 내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 어머니들이 수행한 역할인 상담자, 조언자, 옹호자의 역할을 학부모들에게 소개하고, 그 역할을 수행할 때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예방 교육에서, 그리고 자녀의 피해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모에게 행동 지침으로 제공될 수 있다. 특히 또래의 공격에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현재 학교 문화에서 효율적인 자기 주장 행동에 대한 안내가 학부모 교육에 보충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 결과는 학교심리 분야와 학교심리학자가 앞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학교심리학자들은 어머니들이 참조할 수 있는 문헌, 지침서, 특강 등을 제작, 배포, 홍보하는데 참여해야 한다. 어머니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과 특강의 내용은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방법이었다. 학교심리학자에게는 기본적인 기술일 수 있지만, 모든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어머니들의 피드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담고 있는 번역서의 경우, 내용이 좋더라도 외국 학교와 한국 학교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적용되기 어렵다. 따라서 번역서 보다는 국내 실정을 담고 있는 새로운 내용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심리학자들은 어머니와 피해학생이 전문상담서비스를 받도록 홍보 및 아웃리치를 하고, 학교상담자는 피해학생과 그 가족을 도울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상담을 받고 싶었지만 어디에서 받을 수 있을지가 생각나지 않은 어머니도 있었지만, 상담의 효과에 대한 기대가 낮아 상담서비스를 받지 않은 어머니도 있었다. 또한 상담소를 방문하였지만,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한 어머니도 있었다. 더 나아가 오히려 상담자에게 자녀의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비난 받은 어머니도 있었다. 선행연구
마지막으로 학교심리학자들은 교사들이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그 가족을 도울 수 있도록 교사교육에 참여하여야 한다. 많은 교사연수 프로그램은 학교폭력 예방 및 개입에 대한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이 만났던 교사들은 피해학생과 그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심정적으로도 그리고 실제적으로도 도움을 제공하지 못하였다. 교사의 인식 전환과 구체적인 개입 역량을 강화를 위해 여전히 학교심리학자가 해야 할 과제는 많아 보인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연구 참여자들의 특성과 관련되며, 그 특성으로 인해 본 연구가 기술하고 있는 어머니의 경험을 일반적인 어머니의 경험으로 일반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우선 학교폭력을 주제로 하는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적어도 자녀가 회복되었다고 평가하고 자기 자신의 역할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어머니들일 것이다. 자녀가 학교폭력의 장기적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들의 경험은 본 연구의 결과가 다를 수 있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남편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한 부모 가정의 어머니들은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들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본 연구에는 6명의 어머니만이 참여하였다.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주제를 탐색한 연구의 경우에는 모집이 어렵기 때문에, 그리고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사용한 선행연구들
본 연구는 학교폭력 현상에 대한 어머니 경험의 의미를 탐색하였다. 후속연구가 어머니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아버지 그리고 형제, 자매의 경험을 탐색하고 기술한다면, 학교폭력 현상에 영향을 받는 가족 구성원들의 경험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본 연구 결과에 남편의 역할로만 기술된 아버지의 경험에 대한 후속연구가 수행된다면 그 결과는 향후 아버지를 위한 학교폭력 예방 및 개입 교육의 경험적 자료가 될 것이다.
학교폭력 관련 문헌 중에 간과된 것은 종단 연구이다. 후속연구로는 본 연구에 참여한 어머니와 그 자녀를 장기간 추적하여 그들의 변화를 알아보는 종단 연구가 가능하다. 종단 연구는 피해학생과 그 어머니의 변화 단계뿐 아니라 특정 시점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개인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힐수 있을 것이다. 후속연구들을 통해 보다 통합적인 학교폭력의 자료를 얻게 되고 이를 활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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