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한국어와 중국어 수량 표현구(數量表現句)의 유형을 분류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검토하여 양국 언어의 수량 표현구가 상호 어떤 영향 관계에 있는지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를 통해서 언어문화적인 교류가 서로 다른 어순이라는 문법적 제약을 넘어서 언어의 구조와 표현의 발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우선 한국어와 중국어 수량 표현구의 유형을 확인하였다. 선행연구에서 논의된 다양한 유형에 대해서 문제점을 살펴본 결과, 한국어 수량 표현구의 유형은 ‘명사-수사’, ‘명사-수사/수관형사-단위명사’, ‘수사/수관형사-(의)-명사’, ‘수사/수관형사-단위명사-(의)-명사’이며, 중국어의 수량 표현구의 유형은 ‘명사-수사-양사’, ‘수사-명사’, ‘수사-양사-명사’임을 확정하였다.
제3장에서는 한국어와 중국어 수량 표현구의 유형을 구체적인 예를 통하여 비교하였다. 이를 통해서 한국어와 중국어의 어순은 다르지만 통시적으로 존재했던 중국어의 수량 표현구의 흔적이 현대 중국어에 남아 있고 이러한 구조는 한국어와 유사함을 논의하였다. 또한 양국 언어 수량 표현구의 발달에 영향을 준 것은 중국어의 어순이 주술구조에서 수식구조로 바뀌었지만, 한국어는 주술구조를 유지한다는 점, 양국의 주제 부각형적인 언어 특성이 문법에 나타나는 양상이 다른 점, 양국에서 명사의 지시적 속성이 다르다는 점, 한국어의 관형격조사 ‘의’의 발달과 관련이 있음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양국 언어 수량 표현구의 변천 과정을 통하여 한국어에 단위명사가 나타난 최초의 구성이 중국어와 동일한 ‘수사/수관형사+단위명사+명사’ 구성(構成)임을 주목하여 한국어의 수량 표현구가 중국어의 영향을 받았음을 주장하였다. 한국어는 ‘명사+수사/수관형사+단위명사’의 구성으로 바뀌는데, 이러한 변화에는 한국어의 주격 중출문의 영향이 큰 역할을 했을 것임을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