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목적은, 동사 「出る」가 다의성을 가지게 된 인지적 배경을 설명해 보려는 데 있다. 「出る」가 표현하는 기본적 의미는 ‘(이동자가) 한정된 공간의 안에서 그 밖으로 이동함’이며, 이러한 기본적 의미는 은유(metaphor)라는 인지적 작용을 통해 다른 의미 영역으로 확장되고, 그 결과 ‘발생’, ‘출현’, ‘진출’, ‘이탈’과 같은 의미들을 획득하게 된다. 「出る」의 다의성 형성에 관여하는 은유적 작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면, ‘공간 이미지의 전용’과 ‘존재의 은유’이다. 우리는 이 논문을 통하여, ‘인간의 신체’, ‘미지의 영역’, ‘사회적 영역’, ‘범주’, ‘집합’ 등이 ‘한정된 공간’으로서 이해됨을 보았다. 한편, 추상적인 것을 물체나 물질 등, 실체가 있는 것으로서 이해하는 ‘존재의 은유’에 의해, ‘생각’이나 ‘감정’, ‘행위’, ‘활동’, ‘성질’, ‘상태’, ‘사건’, ‘현상’ 등이 한정된 공간을 드나드는 구체적인 실체로서 이해되고 있음도 보았다. 「出る」가 표현하는 다양한 상황들은, 결국 ‘안에서 밖으로의 이동’이라는 하나의 간단한 이미지에 의해 이해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가능한 것은 ‘공간 이미지의 타 의미 영역으로의 전용’과 ‘존재의 은유’라는 인지적 작용이 개입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