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은 고전 문학에 대한 총체적 인식, 고전 연구의 시대적 의의, 비판적 자기 인식, 고전의 정당한 인식과 계승, 고전 연구의 현재적 가치와 미래적 전망, 민중적 삶에의 기여,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거리, 사회사적 문학 연구 방법 및 이론의 정립,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변증법적 사고, 고전 연구와 저널리즘의 관계 설정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는 ‘살아 있는 텍스트’이다.
요컨대 김태준에게 국문학 연구는 운동성을 갖는 행위이다. 즉, 사상운동의 일환이다. 이제 ‘인문학의 위기’는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그 위기 속에서 한국학 연구는 그나마 여러 가지 국가적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대로 좋은가? 사실 한국학을 포함하여 인문학이 위기에 처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시대 현실에 대한 대응력 내지 통찰력을 잃고 파편화․쇄말화된 데 있지 않은가? 즉, 운동성을 상실했기 때문 아닌가? 현실과의 긴장 속에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의제를 스스로 설정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논리화․체계화하지 못한다면, 역사적 방향성을 갖는 자기 정립을 하지 못한다면, 한국학 연구는 미래적 전망을 갖기 힘들지 않은가? 김태준은 이런 근원적인 반성을 하게 한다.
이런 견지에서 『김태준 문학사론 선집』은 여전히 ‘재발견’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현재로서는 유일한 김태준 선집으로, 김태준의 다양한 연구 업적을 접근 가능하게 한 공로가 인정된다. 다만 중요한 논문이 일부 누락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특히 김태준의 대표작인 「『춘향전』의 현대적 해석」이 빠진 것은 큰 흠이다. 그밖에 「이조말의 민원시(民怨詩)」, 「조선의 여류 문학」 등 애민시와 여성 문학에 대한 선구적 업적이 수록되지 않은 것도 흠이라 하겠다. 필자 생각으로는, 기왕에 교주본이 나온 『증보 조선소설사』를 제외시키고 그 대신 누락된 글들을 추가했더라면, 김태준의 주요 연구들을 더 풍부하고 다채롭게 재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